대전시청 미화원, 휴게실서 쫓겨나 탕비실‧로비 등 내몰려
대전시 "밀집 우려해 권고 조치"…휴식시간 분산 등 대책 외면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시가 여성 미화원들에게 휴게실과 같은 대기실 사용을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뉴스핌이 취재하자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해 30여명에 달하는 여성 미화원들이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 서로 떨어져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점심시간 이후 대전시청 곳곳에 여성 미화원들이 혼자 또는 2~3인이 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시청 미화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 총 9시간을 근무하며 오전 9시와 오후 2시에 각각 30분가량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들은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지하 1층 미화원 대기실에서 모여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날 여성 미화원들은 점심을 먹은 이후 각 층별 탕비실에서 홀로 또는 로비 등에서 삼삼오오 모여 쉬었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시청 1층 여성미화원 대기실 문이 닫혀있다. 대전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사용을 제한하면서 여성미화원들이 휴식을 취할 곳이 사라졌다. 2020.02.25 rai@newspim.com |
시가 이날 오전 여성 미화원들에게 휴게실에서 모여 있지 말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좁은 공간에 여럿이 모여 쉬는 것은 만약의 경우를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다만 휴게실 사용을 전면 막은 게 아니라 되도록 밀집하는 것을 피해달라는 요구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성 미화원들 입장에서는 시의 권고는 사실상 휴게실 사용을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점심시간 내내 여성 미화원 대기실의 불은 꺼져 있었고 쉬려고 내려왔던 이들도 동료들의 설명을 듣고 다시 쉴 곳을 찾아 올라갔다.
이들이 탕비실 등에서 쉬더라도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오가는 곳에서 미화원 복장을 한 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집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이 문제가 된다면 2개조 이상으로 나눠 휴식시간을 따로 배정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시는 이에 대한 고민조차 안했다.
이는 밀집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내식당을 오전 11시30분~낮 12시30분, 낮 12시~오후 1시, 낮 12시30분~오후 1시30분으로 3단계로 나눠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미화원들은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며 "우리도 쉴 때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위생수칙을 지키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휴게실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럿이서 한 공간에 밀집하는 사항이 우려되기 때문에 권고한 것"이라며 "권고사항을 무조건 제한으로 알았다면 다시 공지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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