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임직원 한진칼 파견...주주 포섭 신호탄
'캐스팅보트' 급부상 반도건설 "여러 의견 듣고 판단"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권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사수 여부다.
반도건설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새로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가운데 조 회장 역시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서며 경영권의 향배는 안개 속 정국으로 빠져들었다.
◆ 발 등에 불 떨어진 조원태...방어 움직임 나서
먼저 움직인 쪽은 조 회장이다. 최근 조 회장이 대한항공 임직원을 한진칼에 파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3월 주총을 앞두고 임직원들을 이용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진칼 지분구조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01.15 iamkym@newspim.com |
오너 일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물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등 다른 세력과의 지분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주총을 위한 파견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조 회장의 위태로운 지분구조를 보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더 합리적이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반면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 고문 5.31%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중 이탈표가 나온다면 조 회장의 연임은 불투명해진다. 여기에 17.29%까지 지분을 늘린 KCGI(강성부 펀드) 역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경쟁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으로서는 집안 단속이 최우선 과제지만 이를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을 공개 비난하고, 이로 인해 조 회장과 이 고문 간에도 큰 언쟁을 벌이는 등 가족 갈등이 정점에 치달았기 때문이다.
가족 화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을 최대한 포섭해야만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번 임직원 파견 배경 역시 이 같은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캐스팅보트' 급부상,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선택 '주목'
이번 한진그룹 경영권 전쟁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반도건설의 선택이다.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로 확대했다고 공개했다.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재계에서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 전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만큼 오너 일가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권 회장이 이들 중 누구의 편에 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조원태 한진 회장 [사진=뉴스핌DB] 2020.01.15 iamkym@newspim.com |
오너 일가의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못하고 갈라서게 된다면 반도건설의 선택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권 회장이 조 회장, 조 전 부사장을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반도건설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3월 주총 전까지 어떤 경로든 권 회장과 오너 일가의 접촉은 이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도건설이 KCGI와 손을 잡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손을 잡을 경우 지분율은 25.49%에 달한다. 4.1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등 다른 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건설 입장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입맛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캐스팅보트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은 3대 주주로서 역할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며 "권 회장이 조 전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어느 쪽에 설지 아직 확정된 입장은 없다. 주주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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