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대기업들 사이에서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인력 재배치를 위해 이른바 '흑자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퇴직·희망퇴직을 실시한 상장기업 35개사 중 최종 손익이 흑자였던 기업은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감원한 직원 수는 중장년을 중심으로 합계 9000명을 넘어서며 2018년의 약 3배에 달했다.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진전에 따라 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종래의 기술이나 전문성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인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의 대형 제약사인 츄가이(中外)제약은 2018년 12월 결산에서 순이익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해 4월 45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172명의 조기퇴직 희망자를 모집했다.
아스테라스제약도 2018회계연도 결산에서 순이익이 전년비 35% 증가했지만, 지난해 3월 약 700명을 대상으로 조기퇴직 조치를 실시했다.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중장년 직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신입사원에게는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NEC는 지난해 3월까지 1년 간 약 3000명의 중장년 직원을 구조조정한 반면, 신입사원에게도 능력에 따라 약 1억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후지쓰(富士通)도 지난해 285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디지털 인재에 대해서는 최고 약 4억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새로운 구상을 내놓았다.
일본 기업들이 인력 재배치에 나서는 이유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로 인해 중장년 직원에 대한 급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대기업에서는 50~54세(남성)의 평균 급여가 51만엔(약 537만원)으로 가장 높고, 45~49세가 46만엔으로 두 번째로 높다.
대기업들의 흑자 구조조정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올해 조기퇴직을 실시할 예정인 기업은 현재 시점에서 9개사로 합계 인원은 1900명에 이른다. 그 중 7개사는 2019회계연도 결산에서 최종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대형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味の素)의 인사 담당자는 신문에 "1월부터 50세 이상 관리직의 10%에 해당하는 1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시내의 일본 직장인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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