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형리조트'(IR) 개발사업에 진출하려던 중국 기업이 일본 현직 의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카지노 스캔들'이 날로 커지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도박업체 '500닷컴' 관계자는 앞서 체포된 아키모토 츠카사(秋元司) 자민당 의원 외에도 현직 여·야당 의원 5명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해당 진술을 뒷받침하는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IR을 주요 성장전략의 하나로 꼽아왔던 아베 내각에도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특히 아베 내각은 지난해 가을부터 연이은 각료 사임과 '벚꽃스캔들'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적지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문에 따르면 진술한 인물은 나카자토 가쓰노리(仲里勝憲) 전 오키나와(沖縄)현 우라소에(浦添)시 시의원이다. 그는 500닷컴의 고문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25일 아키모토 의원에게 300만엔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진술에서 지난 2017년 중국에서 약 2000만엔을 세관신고없이 일본에 갖고 들어와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500닷컴 소속 3명이 현금을 들고 왔으며 중의원(하원) 해산 당일이었던 2017년 9월 28일 아키모토 의원에게 300만엔을 건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 5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각각 100만엔 전후를 건냈다"고 진술했다. 나카자토 의원은 자신의 전자기기에 앞서 체포된 아키모토 의원 외 5명의 이름과 금액을 유추할 수 있는 메모를 작성했으며 이 메모는 현재 특수부가 확보한 상태다.
나카자토 전 시의원이 언급한 국회의원 5명은 자민당 소속 4명과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 소속 1명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IR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지자체 출신 의원이거나 국회의원 모임인 '국제관광 산업진흥 의원연맹'(IR연맹) 간부들로 알려졌다. 여기엔 각료출신 의원과 현직 정무관도 포함돼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A의원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당지부의 2017년 정치자금 수수 보고서에 삿포로(札幌)시 관광회사 간부로부터 10월 2일부로 약 200만엔의 기부를 받았다고 기재했다. 그는 3일 후 5명 중 한 명인 B의원이 대표를 맡는 정당지부에 100만엔을 기부했다고 적었다.
해당 관광회사는 홋카이도(北海道) 루스쓰(留寿都) 지역에서 500닷컴과 IR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다. 특수부는 이 관광회사가 건낸 200만엔은 500닷컴사가 제공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만엔을 기재했던 A의원은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B의원에 기부한 100만엔은 관광회사로부터 받은 200만엔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B의원을 관광회사 측에) 소개했고 정치활동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내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100만엔을 받은 B의원은 "지금은 어떤 것도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의 정치자금 규정법은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으로부터의 헌금을 금지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500닷컴사는 부사장인 중국인 용의자를 통해 일본의 정치자금 시스템 등을 조사했다. 특수부는 500닷컴사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계공작'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자토가 언급한 5명의 의원 중 2명은 500닷컴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냐는 신문 취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부정은 없었다"고 답했다. 다른 3명은 12월 31일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도박중독에 대한 우려로 IR사업에 대한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현직 의원들이 다수 연루된 스캔들까지 터진 현재 아베 내각의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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