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 전망 우세…환율 1100원대 초반까지 예상
우리나라·유럽 성장 '글쎄'…원화 약세 뷰도 있어
변동폭은 축소…올해같은 롤러코스터 환시는 없을 것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2020년 달러/원 환율은 완만한 하향세를 그릴 것으로 주요 기관들은 예상했다. 다만 환율 변동폭은 줄고 원화와 위안화 상관성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소수의견이지만 글로벌 무역분쟁 지속 및 달러 수급불안 우려로 환율 상승을 점친 기관들도 일부 있었다.
올해 달러/원 환율은 미중 무역갈등 추이에 따라 큰 폭의 등락세를 보였다. 1115.0원으로 시작한 환율은 올해 8월 장중 1223.0원까지 올랐다 9월부터 하락 전환했고, 12월27일 116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2015년 이후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코스콤] 2019.12.27 bjgchina@newspim.com |
◆ 달러 약세 전망 우세…유로화·신흥국 통화 강세
연말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 소식과 함께 신흥국 통화 강세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올해 부진했던 세계경제가 내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달러화 약세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부진했던 수출과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무역수지가 확대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달러/원 환율 컨센서스를 '완만한 하락'으로 제시하면서 1100원 중반 수준까지 환율이 낮아질 것으로 봤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지수가 반등하며 성장 기대가 높은데다, 우리나라 무역흑자 확대 등이 달러/원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감안하면 앞으로 2021년 중반까지 약 2년간 달러/원 환율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환율이 1100원 초반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인 강달러 추세는 유지되더라도 11월 미국 대선까지 약달러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생산경제로 접어들면서 2013년부터 시작된 구조적 강달러가 10년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2020년에는 단기적인 친성장 정책으로 유럽과 신흥국이 수혜를 입으면서 일시적인 약달러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은 세계 경제 전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기가 둔화하면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값이 오르고 경기가 좋으면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내년 미국 경제둔화가 가시화하면서 달러화가 역사적인 하락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달러/원 평균환율은 올해(약 1165원)보다 10원가량 하락한 1150원 초반으로 봤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무역갈등 장기화로 미국 경제 하방압력이 확대될 것이다. 내년 1분기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통화정책 여력이 큰 신흥국은 통화 수요 증가로 인해 본격적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2019년 외환시장 동향 [자료=삼성선물] 2019.12.27 bjgchina@newspim.com |
◆ 성장 낙관해선 안 돼…원화 약세 의견도
반대로 원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삼성선물, NH투자증권 등은 글로벌 경제성장이 빠르게 회복되기도 어려운데다, 우리나라 달러 수급 측면에서도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은 내년 평균환율을 올해보다 10월가량 오른 1175원으로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달러 약세,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를 점쳤다. 정미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긴장관계가 올해보다 약화한다고 하지만, 기존 관세철폐까지 연결되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기 반등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수급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정 연구원은 강조했다. 2020년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올해보다 개선되겠지만 경상수지 확대로 유입되는 달러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반면 내국인 해외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다, 환헤지 비중이 낮아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았다.
NH투자증권은 내년 말 환율이 다시 1200원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초까지는 원화 강세를 보이겠으나, 우리나라의 낮은 물가상승률 압력 및 달러화 수급 영향으로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나가는 달러가 들어오는 달러보다 늘어날 것이다. 미국 경기가 좋다기 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지역 경기부진으로 유로화는 약세를, 안전자산 선호 지속으로 엔화는 강세를 예상했다.
◆환율 변동성 축소…위안화 커플링 지속
환율의 방향성과는 상관없이, 상하단이 제약되면서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요 기관들은 입을 모았다. 롤러코스터를 보였던 올해 환시보다는 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영화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 기대감이 크지 않고, 미중 무역협상도 한쪽으로만 가기는 어렵다. 유로존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이고 중국도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원화와 위안화 모두 완만한 강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기업엔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원화 강세는 신흥국과의 동반 강세를 전제로 하는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건형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이다. 가격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위안/원, 유로/원 환율을 봐야 하는데, 결국 동반 강세 국면이어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환율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원화와 위안화의 커플링(동조화)이었다. 미중 무역분쟁 추이에 따라 달러/위안 환율이 등락할 때마다 원화는 위안화의 헤지통화로 작용했다. 권아민 연구원은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1위 수출국"이라며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성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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