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예전엔 위인을 연기한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좋다 혹은 싫다가 아니라 상상력이 동원이 안됐죠. 근데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사가 바뀌었나 봐요."
배우 한석규(55)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천문)로 극장가를 찾았다. 오늘(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한순간에 역사 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사연을 다룬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로 겨울 극장가 대전에 합류한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2.23 jjy333jjy@newspim.com |
"허진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최민식과)둘이 알아 역할을 정하라고 하셨어요. 우리에게 제안하기 불편했나 봐(웃음). 물론 저희는 누가 어떤 역을 해도 상관없었죠. 그렇게 형 먼저 아우 먼저 하다가 제가 세종을 하겠다고 했어요. 보통 아우들이 건방지죠. 하하. (최)민식이 형이 또 세종을 해도 괜찮겠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죠."
최민식의 우려를 이해한다. 한석규는 앞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뿌나)에서도 세종을 연기한 바 있다. 같은 역할, 그것도 역사적 인물을 반복한다는 건 배우 본인에게 분명 위험 부담이 있다. 한석규는 "관객에게 다른 의도로 세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뿌나' 때는 세종이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다시 생각해보니까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겠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차이죠. 또 다른점은 예전엔 '사람을 절대 죽이지 말아야지'란 마음이었어요. 반면 이번엔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습니다. 다른 시선이 없었으면 안했을 거예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니 최민식과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대학 선후배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절친한 동료이자 든든한 지원군으로 서로의 곁에 머물렀다.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영화 '쉬리'(1999)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에서 세종을 열연한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2.23 jjy333jjy@newspim.com |
"민식이 형과 하지 않았다면 세종은 또 다른 인물로 그려졌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같은 사람인 걸 알게 됐죠. 우린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에요. 형도 저에 관해 좋은 말만 하죠?(웃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물, 형은 불같아요. 활활 타오르는 사람이고 계속 뭔가를 태워야 하죠."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그가 만들어낸 장면들은 '천문'이 베일을 벗은 후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누워 별을 바라보는 신, 관료들에게 "개새끼"라고 외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 리액션이 달라요. 여기 앉아서 인터뷰하다가 서서 하면 당장 반응이 다른 것처럼요. 연기할 때도 그렇죠. 더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욕은 앞서 말했듯 '뿌나' 때와 달리 접근해서 가능했죠. 우연히 얻어걸린 거예요(웃음). 인생이 모두 그런 거죠. 태어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우연이에요. 그 생각으로 지금은 뭐든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연기도 사는 것도 말입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