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해외작가 첫 개인전
주체와 객체·실재와 허구 등 상반된 관계 고찰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개관 6년 만에 해외 작가 개인전을 처음 연다. 미술관 전관을 관객 참여형 전시로 구성한 가운데 첫 해외 작가전이 관객 호응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서울관의 해외작가 첫 개인전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6)가 펼치는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다. 17일 개막해 2020년 3월 31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와 프로젝트 갤러리 1, 2에서 계속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탑의 그림자'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19.12.17 89hklee@newspim.com |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명 설치 작가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엘리베이터, 탈의실, 정원, 보행로 등 일상의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물리적 체험이 가능한 작품을 통해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관객 참여형으로 구성됐다.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를 기획한 방소연 큐레이터는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미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동시에 일반적인 관람객들,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배경지식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의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탑의 그림자'와 '자동차 극장' 등 신작도 공개된다. 이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7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찾은 레안드로 에를리치와 방소연 큐레이터 2019.12.17 89hklee@newspim.com |
방소연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탑의 그림자'를 꼽았다. 방 큐레이터는 "한국 설화 '무영탑'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탑의 형상과 그림자, 상반된 두 가지를 두고 실재와 허구, 주체와 객체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전에 주로 거울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그림자'를 부각한다. 주체와 객체, 고정적인 것의 경계, 서로 다른 것의 경계가 모호하고 비가변적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날 레안드로는 설화 '무영탑'에서 영감을 받은 '탑의 그림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 이야기는 시적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생각한 탑의 그림자는 탑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의 증거였다. 아내는 탑의 그림자가 높아지면 남편의 탑 공사가 완공될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그림자를 사물의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야기에서는 사물을 반영하는 그림자를 존재 자체로 보고, 사물 자체와 동일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더 뷰'는 관람객에게 설치된 블라인드의 틈을 통해 마치 자신의 집에서 다른 집들을 훔쳐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밤 풍경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의 '창'은 TV화면처럼 우리의 공통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은 빛의 상자가 된다. 2019.12.17 89hklee@newspim.com |
레안드로는 이 설화에서 한국의 전통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탑은 매우 훌륭한 요소이자 소재다.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불교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 지금처럼 문화가 분리되기 전을 보여주는 게 탑이고 철학적 사고와도 연결돼 있다"고 해석했다.
백지숙 관장은 해외 작가전을 갖는 이유에 대해 "시기적으로 맞았다. 미술관 내외부에서 해외 작가전에 대한 바람이 있었고 시기가 맞아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에를리치의 개인전은 전시 도시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은 여러 가지이나 작품이 가진 공공미술적 요소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신작 '자동차 극장'. 2018년 바젤 마이애미 해변에서 선보인 66대의 모래 자동차로 구성된 '중요함의 순서'의 변형된 형태. 화면에서 실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영상이 상영되고 스피커에서 달리는 차소리가 나오지만 모래로 만들어진 차는 움직임이 없다. 존재와 비존재, 실재와 반영 이미지, 물질과 표상에 대한 대비를 통해 이질적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19.12.17 89hklee@newspim.com |
이어 "공공미술은 공간에 작품을 얹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공간이 변화하고, 관람객에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공공이라는 영역에 내포된 일상적이고 정치적이면서 역사적이고, 심미적인 복잡한 역학 관계를 필수부가결하게 다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를리치 개인전이 열리는 북서울미술관도 공공미술관의 함의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면서 간과하는 미술의 공공적인 측면을 매우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부연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이 가능한 작품을 선보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2001년, 2005년), 휘트니 비엔날레(2000년) 등 미술행사를 비롯해 PS1 MoMA(뉴욕), 바비칸 센터(런던), 모리미술관(도쿄), MALBA(부에노스 아이레스)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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