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위해 노조와해 전략 실행한 혐의 등…대부분 유죄
재판부 "노조 와해 문건 수 헤아리기 어려워…공모관계 인정"
삼성전자서비스 파견근로법위반도 '유죄'…"수리기사는 파견근로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1년 반을 달려온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의 1심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임원 5명의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센터가 협력업체가 아닌 삼성의 하부조직이라는 새로운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의장 등 32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2월을, 목장균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아울러 이들에게 노조 컨설팅 전략을 제공한 전직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송모 씨는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금품을 받고 단체교섭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 김모 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5000만원의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했지만, 관련 예규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보인 모든 태도와 항소심에서의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피고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재판부로서도 가슴이 아픈 일"이라고 구속 결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으로 불린 그룹 차원의 노조와해 공작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많은 문건이 제출됐는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연도별 노사 전략과 복수노조 대응 태세 점검, 모의 훈련, 동향 보고, 노조설립 시나리오 등 노조를 와해시키고 설립을 방해하겠다는 문건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굳이 문건을 해석할 필요도 없이 문건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범행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해당 문건들이 단지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까지 보고되지 않았고 시행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하지만, 피고인들 스스로 실행행위에 가담해 검찰 단계 또는 법원에서까지 인정한 것이 상당하다"며 "미전실의 강경훈 부사장과 이상훈 사장에게 이르기까지 노조와해 및 노조 고사화 전략 수립 실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들이 협력업체가 아닌 사실상 삼성의 하부조직이며 소속 수리기사들도 파견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에서는 파견근로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이후 상당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삼성전자서비스는 그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협력업체 및 수리기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행사했고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처럼 운영돼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들 역시 근로자 파견관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다만 삼성의 노조탄압에 반발해 지난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씨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회유한 것과 관련해서는 "도덕적으로 옳은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경찰을 동원하고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삼성의 다스(DAS)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를 위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전략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한 차례 수사를 한 뒤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새롭게 문건이 발견됨에 따라 지난해 4월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 측이 검찰의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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