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선수 류 리츠코, 대회 앞두고 타월 안보이자 골프장 지배인에게 막말 쏟아내
JLPGA, 엄중 주의·신인 세미나 필참으로 징계 마무리…KPGA, 김비오 사건 처분과 오버랩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한국선수들이 많이 활약하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엔 최근 이슈가 많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하타오카 나사, 시부노 히사코로 대표되는 일본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올시즌 상금왕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신지애-스즈키 아이-시부노의 3파전, 그리고 한 선수의 부적절한 행동과 그에따른 징계가 그것이다.
지난달 24일 일본 효고현 미키시의 마스터스GC 탈의실. JLPGA투어 시즌 34차 대회인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 첫날 경기가 열리기 직전 탈의실은 여느 대회처럼 선수들로 붐볐다.
그런데 다른 대회에서 으레 볼 수 있었던 타월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라운드 직전에 탈의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곤하는데, 그 때 탈의실 타월을 깔고 한다.
프로 13년차의 류 리츠코(32). 지난달 열린 JLPGA투어 대회에서 탈의실에 타월이 없다며 골프장 직원에게 막말을 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사진=GDO 홈페이지] |
꽤 유명한 선수인 류 리츠코(32)가 종업원에게 "수건을 갖다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단번에 거절했다. 류는 골프장 지배인을 불렀다. 지배인이 와서 "대회 주최측과 JLPGA가 상의해 수건을 갖다놓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쓰던 타월을 갖고가버리는 일이 잦아서 그렇게 했다는 부연설명도 달았다.
그러자 류는 지배인에게 "머리가 굳었다(돌대가리다). 죽는다."고 막말을 했다. 지배인은 노발대발했고, 이 소동은 곧 주위 선수들뿐만 아니라, 알만한 사람들에게 다 알려졌다.
고바야시 히로미(56) JLPGA 회장에 따르면 대회 하루전 저녁에 골프장측에서 대회 운영사에 수건을 비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고, 운영사는 그 사실을 이튿날에야 협회에 알려왔다. 협회로서는 선수들에게 그 사실을 공지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 해프닝은 대회 마지막날인 27일 일본 데일리 스포츠 칼럼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칼럼니스트는 일본 여자골프의 원로 오카모토 아야코(68)다. 오카모토는 마침 그 대회 해설자로 가있어서 그 소동을 들을 수 있었고 그 전말을 신문에 썼다. 그는 칼럼에서 실명 대신 '우승한 적도 있는 베테랑 프로'라고 적었고 "JLPGA는 선수들을 더 교육시켜라"는 비판도 곁들였다. 그러고 나자 28일 다른 스포츠 신문에서 류의 실명을 공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류는 언론사에 사과문을 보내 "당분간 투어 출장을 자숙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바야시 회장도 "있을 수 없는 언사다. 협회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해명했다.
류는 2007년 투어프로가 돼 5승을 기록했다. 올시즌 들어서는 그 대회까지 32개 대회에 나갈 정도로 활발하게 투어생활을 하는 선수다. 올해 다섯 번 톱10에 들면서 상금 랭킹 29위를 달리고 있다. 2016년엔 상금랭킹 3위까지 올라갔으며 장타력에 힘입어 인기가 많은 선수다. 그는 자숙 발표 후 이번주 대회(이토엔 레이디스)까지 세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JLPGA는 지난 12일 류에 대한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엄중 주의' 조치를 하고, 올해 투어 신인들이 받는 사흘간의 세미나를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류에게 직접 주의를 준 고바야시 회장은 "타월 미비치와 폭언은 별개 문제이므로 징계가 불가피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투어프로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매너와 말투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소동의 배경에 회장단과 오카모토의 '노선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바야시는 전 회장 히구치 히사코(74)의 추천으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두 사람은 매사를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그 반면 오랫동안 해외 투어에서 뛰어본 오카모토는 모든 일을 공개하고 여론의 평가를 받아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노선 차이로 인해 오카모토는 협회직에서 나갔고, 이번 일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오카모토는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시부노에 대해 대부분 언론이 찬사로 일관할 때에도 '과제'를 지적하는 등 자신의 제자나 골프 관계자들에게 엄격하고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LPGA투어에서 일어난 소동과 그 뒤처리 과정은, 김비오의 갤러리 모욕 사건을 '1년간 대회 출전정지'로 마무리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조치와 오버랩된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