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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리고 미술관을 바라보는 박찬경의 비판적 성찰…'MMCA 현대차 시리즈-모임'

기사입력 : 2019년10월24일 15:10

최종수정 : 2019년10월24일 15:38

재난 이후 삶과 제도로서 미술관에 대한 박찬경식 시각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찬경 작가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박찬경-모임 Gathering'을 통해 미술과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박찬경-모임 Gathering'을 26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박찬경 작가 [사진=현대자동차]

박찬경은 분단과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주제로 한 영상과 설치, 사진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졸업 후 주로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했다.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시작으로 '세트'(2000), '파워통로'(2004~2007), '비행'(2005), '반신반의'(2018) 등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 관계나 정치심리적 관심 속에서 사진과 비디오로 제작했다.

'모임'을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비롯해 '작은 미술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5전시실' 등 총 8점의 신작과 구작 '세트' 1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액자 구조로 돼 눈길을 끈다.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이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한다. 이 구간은 작가가 큐레이팅한 공간으로 박 작가가 구상한 '작은 미술관'이다. 벽이 세워져 있고 그 위에 놓인 작품은 박 작가가 직접 선별한 것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작가가 직접 손으로 적어 눈길을 끈다. 박 작가는 '작은 미술관'에 대해 "왜 미술관 벽은 높은가 생각했다. 벽의 창문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무언가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장 전경 2019.10.24 89hklee@newspim.com

'작은 미술관'은 작가가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진다.

전시된 이응노의 '군상'에 대해 박 작가는 "이 작품은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는 개인이 굉장히 자유롭다. 굉장히 간단하고 생명력이 있는데 하나의 모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근대화 이후 굉장히 중요한 작가가 어디서 그림을 시작하게 됐는가, 그림의 시작이 어디서 이뤄지는가에 대한 답이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는 원전 피폭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박찬경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하는 일본 작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가 교대로 보이는 작업이다. 이 작품과 '세트'(2000)가 나란히 전시되는데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해 접점을 찾는 박찬경 특유의 작업 태도가 잘 드러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헤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찬경 작가 그리고 이 전시를 기획한 임대근 학예연구관 2019.10.24 89hklee@newspim.com

전시실 중앙에 넓게 펼쳐진 '해인(海印)'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해인'은 불교 개념으로 세계의 만물이 도장으로 찍은 듯 바닷물에 뚜렷하게 비쳐 보인다는 의미다. 박 작가는 "시멘트와 물은 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다. 바닷물은 자유롭게 흐르는 반면 시멘트는 굳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인은 모순의 단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작품 감상과 동시에 5주간(11월8일~12월 5일) 전시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의 강연과 토론도 진행된다.

55분 러닝타임의 영화 '늦게 온 보살'은 흑백 네거티브 필름으로 촬영돼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와 짝을 이루며 광선, 대기, 방사능, 자연 등에 대해 우리가 관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를 뒤집어보도록 자극한다. 뒤섞이는 산, 불교 신화, 원자력 발전소, 미술 등 줄거리에는 개연성이 없고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개연성을 잃어버린 사회를 묘사한 것이다. 아울러 위대한 성인의 열반, 각자의 죽음에 도달하는 과정,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생겨나는 '모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박찬경, 늦게 온 보살, 2019, HD 영화, 흑백, 4.1채널 사운드, 55분.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홍철기]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관람객이 접해온 5전시실의 1:25 배율 축소모형 '5전시실'이 놓여있다. 작품은 '액자 속 스토리'에, 즉 미술관이 관람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강제로 끌어낸다. 이로부터 작가는 관객에게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지 묻는다. 작가는 강요된 권위와 틀에 저항하며 각자 방식으로 깨어있는 관객이 이번 전시의 제목인 '모임'에 초대받은 이들임을 이야기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성찰해 미술 언어로 풀어내 온 박찬경 작가의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라며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심도 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작가의 신작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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