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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스파이'로 불린 헌재 파견법관 "요구따라 계속 정보 전달…예삿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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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 부장판사, 18일 양승태 재판서 증언
"헌재도 자료 전달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헌재 내부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현직 법관이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요구에 따라 계속 전달하다 보니 예삿일이 됐다. 거절했으면 하는 후회는 든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64·11기)·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들의 재판에서 최모 부장판사를 불러 증인신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좌)·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고영한 전 대법관(우) [사진=뉴스핌DB]

검찰에 따르면 최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3여년간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이규진(57·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법 부장판사) 지시로 헌재에서 심리 중인 주요사건들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사건 정보, 헌재 내 추진 중인 정책·회의자료 등 내부 동향을 파악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이 이 전 상임위원 등 행정처 측과 헌재 내부 정보를 주고받은 관련 이메일만 약 570건이다"라며 "증인이 파견법관으로 가서 헌재 기밀 정보를 유출한 내역"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밝힌 이메일 등에는 헌재에 접수된 주요사건 배당현황, 헌재 재판관 평의내용, 토론자료, 예상 선고일정 등 헌재 내에서도 유출주의를 당부했던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또 최 부장판사가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한일 청구권 협정 사건 등 내부 정보를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실을 인정했다. 전달 경위에 대해서는 "이 전 상임위원이 법원에 중요한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법원 관련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때 그때 알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도 파견법관들에게 법원 입장을 (헌재에) 잘 전달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 상임위원이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요청했는데 계속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셨고 저도 드리다 보니까 점점 많이 드리게 됐다"며 "저는 법원과 헌재 양 기관의 교류역할을 했고 헌재 내부에서도 재판관들이 저를 '법원스파이'로 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헌재 내부에서도 자료 전달 사실을 용인한 것이냐고 묻자, 최 부장판사는 "일부 정보는 헌재에서도 법원에 전달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알려주기도 했다"면서도 "법원과 헌재 간 정식 자료 요청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참 애매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애매하다는 뜻이 뭔지 되묻자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최 부장판사는 또 당시 정보를 전달을 강요당해 억지로 한 것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파견법관 중 가장 선임이었고 제가 하지 않으면 다른 법관들이 할 수 밖에 없어 한 것"이라며 "상당히 부담이었고 전달을 안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때 거절했으면 어땠을까 후회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최  부장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동향을 수집했고, 이를 근거로 대법원이 헌재와의 관계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려는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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