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배려예산’으로 주일미군 인건비 지급…5년 방위비 10조원
주한미군 인건비 포함되면 방위비 대폭 인상 불가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한‧미 양국이 2020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기존에 없던 주한미군 인건비를 방위비 분담금 총액에 넣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차 회의에서 미국 측은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원을 제시했다.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인 10억 달러(약 1조 389억원)의 5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7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를 방문,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미국이 1년 만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대폭 인상하려는 이유는 기존에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돼 있지 않은 항목을 포함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기존에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세부 사항을 합의하고 시행해 왔다.
한국은 남한 방어 임무를 하는 주한미군에게 시설 및 군사부지, 토지 보상 등을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 경비 등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하는 식으로 분담하기로 하고, 그렇게 해 왔다. 그러다 1991년부터 미국 측 요구에 따라 SMA를 체결, 예외조항을 만들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중 일부도 부담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SMA부터 주한미군 인건비,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주한미군 주둔 비용 상당수를 비롯해 한‧미연합훈련, 호르무즈 해협 연합방위체 구성, 남중국해 자유항행 보장 활동 등에 대한 참여 및 비용 부담까지 포함시킨 새로운 형태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라고 한국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규모 추이 [자료=국방부, e-나라지표] |
특히 이 가운데 주한미군 인건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에 한‧미 양국 간 체결한 SMA에 따르면 주한미군 인건비는 미국 연방정부 예산에서 지급된다.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 등에서 ‘방위비 분단금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돼 있다’는 표현이 등장해 간혹 기존에 우리가 주한미군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주한미군 인건비가 아닌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를 지칭하는 것이다.
만일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 연방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던 주한미군 인건비를 한국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게 되면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미 방위비 분담금에 주일미군 인건비를 포함시킨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가 쉬울 수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이후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일미군의 인건비, 복리후생비,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 등을 ‘배려예산’으로 편성해 일본 정부 예산에서 지출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은 무려 10조 3000여억원(유효기간 5년‧2016~2021년 3월)이다. 연간 1조 8253억원 수준이다.
물론 주일미군은 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해군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육군 비중이 큰 주한미군과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또 주일미군은 주한미군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주일미군) 병력은 약 6만 2100명선으로, 2만 8000명 선인 주한미군의 약 3배에 이르는 인원이다.
게다가 인건비를 부담한다 해도 어느 정도로 부담할지, 유효기간은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그것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새 방위비 협상 대표로 임명된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스핌 DB] |
하지만 주한미군 인건비를 일본처럼 우리 정부 예산을 통해 지급할 경우 그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고, 협상 또한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아주 어렵고, 이전 협상들과는 굉장히 다른 형태의 협상이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해 약 50억 달러를 우리에게 내라고 한다면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지난달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주한미군) 인건비의 일부, 전략자산 이동이나 작전에 들어가는 비용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을 시켰으면 하는 것 같다”며 “이는 사실상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항목이 추가되면 그에 따라 비용은 자연스레 수반되기 때문에 일단 과거에 했었던 그 협상의 항목에서 새로운 항목을 신설할 것이냐를 가지고 한‧미 간에 팽팽한 쟁점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