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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거주 67% '비자발적' 입소…10년 이상 사회 격리

기사입력 : 2019년09월23일 12:23

최종수정 : 2019년09월23일 12:23

비자발적 입소비율 67%, 입소 기간 10년 이상 58%
국무총리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구축하라" 권고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자의 67%가 비자발적 입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구축을 국무총리에 권고했다.

23일 인권위가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장애인거주시설의 비자발적 입소비율이 67%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발적 입소 비율 14.3%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비자발적 입소 사유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4.4%로 가장 많았다. ‘잘 모르겠음’(21.5%), ‘다른 시설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 시설로 보내서’(12.9%)가 뒤를 이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비자발적 입소 뿐만 아니라 사회와 격리되는 입소 기간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 10년 이상 입소해 있는 비율이 58.1%에 달했다.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33.2%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도 24.9%나 됐다. 정신요양원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입소자가 65%를 넘어 중증·정신장애인 2명 중 1명 이상은 장기입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방에서 입소자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기본적인 사생활 보호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1개 방에 3~5명이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52.4%, 6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36.1%였다.

‘언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34.8%는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 어려울 때’, 55.0%는 ‘기상과 취침 시간을 결정할 수 없을 때’, 75.4%는 ‘식사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때’라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정부가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관련 정책을 구축해 추진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 이후 소쩍새마을 사건, 남원평화의집, 대구시립희망원 사례 등이 반복돼왔다”며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는 거주시설의 장애인이 처한 인권침해적 상황이나 장애인 개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 대해 고민하거나 대책 마련에 소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10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개발을 권고받았다”며 “2013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정신건강 케어에 대해 ‘장기입원방식의 시설화 모델에서 지역사회 치료 모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오는 25일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 7개 지역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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