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출범 당시부터 '불편한 동침'이 예상됐던 동맹과 오성운동의 연정이 붕괴되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것.
정치권 혼란이 금융시장으로 충격파를 일으켰던 지난해 상황이 재연되자 투자자들은 국채를 포함한 이탈리아 자산에서 발을 뺀 가운데 일부에서는 매수 기회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극우 정당 '동맹'은 9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 동의안을 상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날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 해체를 선언하고 조기 총선을 공식화했다.
조기 총선 일정을 최대한 빨리 확정하고자 하는 살비니 부총리는 전날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갔음에도 다음 주에라도 의회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맹 내에서는 총선 시점으로 10월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28.1bp(1bp=0.01%포인트) 오른 1.817%을 기록하면서 주간 기준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채권 약세는 조기 총선의 새로운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며, 동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이탈리아의 예산 적자를 놓고 유럽연합(EU)와 또 다른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펀드 매너저들은 고수익 채권에 대한 수요와 함께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에 대한 기대가 매도세를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이탈리아 채권에 강하게 베팅했던 노무라자산운용의 디키 호지스 채권펀드매니저는 파이낸설타임스(FT)에 "오늘 아침 이탈리아 채권을 일부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저분한 가을을 보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ECB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금리는 어디서나 매우 낮다. 오로지 익스포저를 낮춰서 나중에 다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탈리아 연정 붕괴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한 달래 최고치에 그쳤다. 지난 6월 초 10년물 금리는 2.5%를 상회했으며 작년 10월 예산 위기 당시에는 3.5%를 웃돌았다.
지난 4월 이후 전세계 중앙은행으로 비둘기파 행보가 확산되면서 뉴질랜드와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금리를 내렸으며 미국과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도 줄줄이 통화 완화정책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9월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 확대 의사를 밝히며 새로운 통화 부양책을 시사했다. 유로존 안전자산의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독일을 필두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지역의 국채 수익률은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은 살비니가 EU와 어떤 대립도 꺼릴 수 있다는 전망에도 베팅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차입비용의 증가로 이탈리아의 부채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어 이탈리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살비니가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추측이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탈리아 채권 약세는 조기 총선으로 인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