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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해법] 곤도 세이치 전 문화청 장관 “정치교류 끊겨도 민간교류는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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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교류에 대한 메시지 발신이 정부의 역할
청소년 등 젊은 세대의 교류가 특히 중요
얼굴 떠올릴 수 있는 ‘친구’ 만들기가 핵심

[편집자]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경제보복'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분도 있지만, 냉철하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스핌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법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도쿄=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국가 간의 정치 관계라는 것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정치·외교 관계가 악화됐을 때에도 민간 교류는 계속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일본 문화청 장관을 지낸 곤도 세이치(近藤誠一) ‘곤도 문화·외교연구소’ 대표는 일본 정부에 한일 문화·인적 교류 추진을 위한 제언을 했다. 그는 “민간 교류는 한일 관계의 근간이라며, 정치 교류는 끊겨도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곤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도쿄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곤도 대표와의 일문일답. 

곤도 세이치 대표 [사진=오영상 전문기자]

-제언을 마련하게 된 계기는.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이 외교부 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한일 문화·인적 교류에 대한 제언을 마련했다. 이 소식을 듣고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이 일본도 제언을 마련하자며 의뢰해 시작했다. 서울에서 한국의 TF팀과 함께 논의도 했고, 강 장관과도 만나 제언에 대해 설명도 했다. 위안부 문제가 계기가 됐지만, 초계기 레이더 사건 이후 제언 마련을 더욱 서둘렀다. 지난해 8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그해 10월 고노 외무상에게 제언을 전달했다.

-한국과 공동 작업도 있었나.

▲함께 작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견을 공유했다. 양국 정부가 열린 발상에서 시작한 만큼 정부 입장에서 좀 떨어져 제언을 마련한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아직 공동으로 하는 것은 없지만, 공동 작업은 언제든 환영한다.

-민간 교류가 왜 중요한가.

▲정부 간의 관계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정치 관계는 파도가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각각의 입장이 있어서 간단히 타협할 수도 없다. 타협하려 나서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강대강’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의 한일 관계도 그렇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민간에서는 착실히 교류를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 교류는 상황에 따라 끊길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교류는 어떠한 경우에도 계속돼야 한다. 민간 교류마저 끊기면 서로 간에 나쁜 이미지가 고착되고 만다.

-이번 제언에서도 이것을 강조했나.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면 민간 관계도 안 좋아진다.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교류가 줄게 된다. 정치·외교 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민간에게는 문화·인적 교류를 계속하라고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정치 문제는 정부가 처리할 테니 민간은 교류를 계속하라고 전하라는 것이 이번 제언의 핵심이다.

고노 외무상도 초계기 문제 등에서 한국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당시에도 민간 교류에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민간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러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정부에 말해 나갈 것이다.

-친구 만들기가 중요하도 강조했다.

▲유학이나 홈스테이 등을 통해 그 나라에서 실제로 살아봄으로써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민간 교류의 중요한 포인트다. 양국 간에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친구 얼굴을 떠올리면 관계를 보는 데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친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이 민간 교류의 핵심이다. 나도 한국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지금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고 있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라는 특수성이 있다.

▲오랜 시간 전쟁을 치르고 싸워왔던 독일과 프랑스도 민간 교류가 현재의 관계를 만든 기초가 됐다. 물론 한일과 독·불은 다른 점도 있다. 독·불은 서로 싸웠지만 식민 지배는 없었다. 이러한 것이 한일 간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긴 하다. 또 독·불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왕래가 수월하고 친척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한일은 바다가 있어 간단히 왕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독·불의 사례를 좋은 모델로서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 교류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일본 언론NPO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와 본 적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호감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에 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 정도 호감도가 높았다. 일본에 대한 나쁜 선입관이 있어도 일본인과 만나고 생활해 보고, 일본 이곳저곳을 보다 보면 이해도가 높아지고 호감도도 상승한다. 청소년 시기에 이런 경험은 특히 더 중요하고 효과도 높다. 여행이 중요한 이유다. 유학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중·장년이 일본에 와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갔다는 결과도 있다. 일본인에 대한 결과도 있나.

▲그건 보지 못했다. 대신 내가 한국에 다녀와서 느낀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고 싶다. 한국은 상냥하고, 거리도 깨끗하고, 물건도 풍부하고, 훌륭한 문화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가보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 한국에 한번 가봄으로써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일본의 중장년들도 한국에 꼭 가보기를 권한다.

곤도 대표는 정치교류는 끊겨도 민간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오영상 전문기자]

-제언 중에 '고도 인재' 육성이란 무엇인가.

▲민간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K-POP과 같은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좋아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프랑스다. 프랑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 대한 그 정도 이해도는 없다. 일본 서점에 가면 한국에 대한 책이 있긴 하지만 한국의 소설, 한국의 사상서 등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러한 부분을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통문화 교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도한 지식을 가진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과 비슷하다. 높은 가치관은 전통문화에 잘 표현돼 있기 때문에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판소리와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는 형식이나 내용은 다르지만, 그 속에 내포된 가치관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양국 사이에 흐르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국에서 여행하는 곳은 서울, 부산, 경주 정도인 것 같다.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방의 사람들과 만나면 더욱 마음이 열릴 수 있다. 각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요즘 지방 소도시로 여행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 지자체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음식은 가장 쉽고 효과가 높은 교류 아이템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 일본 요리를 보급할 전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음식과 관련한 외국인의 일본 내 연수나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본에서 한국인이 음식점을 창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턱을 낮추는 것도 문화·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회의에서는 한국에서 니혼슈(日本酒·사케)의 관세가 비싸기 때문에 많이 접하기 어렵다며 관세를 낮추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의 지도나 지시가 필요하다. 민간에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민간 교류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한일 양국의 우호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민간교류의 핵심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 만들기'라고 강조하는 곤도 대표 [사진=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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