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 “장타력보다 정교함 요구하는 코스”…박성현보다 박인비에게 더 적합할 듯
3년전 파지오 父子가 대대적 리모델링, 볼 러프에 떨어지면 레귤러온 힘들어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도쿄올림픽(2020년 7월24일∼8월9일)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골프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회 성적이나 세계랭킹을 올림픽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골프는 2016년 리우 대회 때 112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복귀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녀 개인전에 금메달 두 개가 걸려있다.
한국은 리우 대회에서 박인비가 여자부 금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대회에서도 한국 여자골프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내년 도쿄올림픽 골프 개최지인 가스미가세키CC 동코스 2번홀. 이 코스는 2016년 파지오 부자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 역동성과 도전성을 높였다. [사진=가스미가세키CC, AFLO] |
올림픽 출전선수는 내년 6월29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앞으로 1년간의 성적에 따라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 반면 개최지는 이미 정해졌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있는 가스미가세키CC 동코스다.
가스미가세키CC는 히로노CC·가와나호텔GC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유수의 골프장이다. 1929년 36홀(동·서코스)로 개장했고, 올림픽은 동코스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에서는 1957년 월드컵(당시 캐나다컵)을 개최했고 일본오픈을 네 차례, 일본여자오픈을 한 차례 유치했다. 2010년엔 아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열었다.
가스미가세키CC는 홀마다 양옆에 소나무가 심어져있으며 코스 언듈레이션은 심하지 않고 평탄한 편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2016년 톰·로건 파지오 부자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린이 넓어졌으며, 그린 주변 벙커도 깊고 커졌다. 잔잔하고 다소 밋밋하던 코스에 역동성과 도전성을 부여, 어프로치샷을 정확하게 해야 스코어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코스로 거듭났다. 요컨대 장타력보다는 정교함이 우선되는 코스다.
2006년 일본오픈이 이 곳에서 열릴 때 허석호는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허석호는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8승을 거둔 후 지금은 국내에서 방송해설과 후진양성을 하고 있다.
허석호는 이 코스에 대해 “일본에서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로 일본골프협회(JGA)가 주관하는 골프대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업다운이 심하지 않고 홀마다 양옆에 소나무가 즐비하다. 잔디는 페어웨이엔 고라이 그래스, 러프엔 중지가 심어져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내셔널골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의 코스가 그렇듯이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철저하다. 샷의 정확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티샷도 드라이버보다는 우드나 롱아이언으로 해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코스의외견상 분위기는 한국의 안양CC가 연상된다고 덧붙였다.
고라이 그래스는 국내 일부 골프장에 심어진 중지와는 다르다. 중지보다 잎이 가늘다. 또 빳빳하다. 가스미가세키CC의 페어웨이에는 이 잔디가 밀도높게 빽빽이 심어져있다.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지기만 하면 마치 티업된 것처럼 치기가 편하고 스핀을 먹이기가 용이하다. 허석호는 “중지보다 훨씬 치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러프에는 중지가 식재됐다. 올림픽 때 러프 잔디는 대폭 길어질 것이다.
허석호는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레귤러온을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레이업하거나 볼을 그린앞에까지만 보낸다는 자세로 플레이해야 한다. 볼이 잔디에 묻혀 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친다해도 ‘플라이어 현상’(클럽헤드와 볼 사이에 잔디가 끼여 스핀이 먹지 않음으로써 낙하 후 많이 구르는 일)으로 볼을 의도한 곳에 멈추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잔디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 선수들은 볼이 러프에 빠지면 더 곤란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요컨대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면 다음샷을 원하는대로 할 수 있으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예측불허라는 얘기다. 대회 조직위에서 코스 전장을 얼마로 책정할지 미정이나, 장타력보다는 정교함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박성현보다 박인비에게 더 적합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또 파워와 정교함을 갖춘 일본여자골프의 에이스 하타오카 나사에게 맞는 코스로 보인다.
가스미가세키CC 홈페이지에는 이 코스 전장을 토너먼트땐 7362∼7466야드, 백티는 6907야드로 표시했다. 모두 파는 71이다. 올림픽 여자골프의 코스 전장은 파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6700∼6800야드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도쿄올림픽 골프의 한국 남녀 감독은 최경주·박세리로 확정됐다. 두 감독은 리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감독에 선임됐다. 최경주는 1998∼1999년 JGTO에서 활약하며 2승을 거둔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골프를 잘 아는 허석호·한희원 등의 선수를 부감독으로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으나 대한골프협회측은 “올림픽 골프 감독은 남녀 각 1명으로 제한됐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는 남자가 내년 7월30일∼8월2일에, 여자는 올림픽 막바지인 8월5∼8일에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