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2020 대회 출정식…1회 대회 3위 기록
[대전=뉴스핌] 최태영 기자 = KAIST 공경철 교수팀과 세브란스재활병원팀 등이 자체 개발한 생체공학 보행보조 로봇으로 내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대회에 참가한다.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팀은 24일 대전 본원 기계공학동에서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불리는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에 도전하기 위한 출정식을 가졌다.
사이배슬론(Cybathlon)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겨루는 국제대회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공 교수팀은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2회 대회에서 세계 1위가 목표다. 앞서 2016년 열린 첫 대회에선 착용형 외골격로봇(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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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배슬론 선수 김병욱(45)씨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보행보조로봇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KAIST] |
공 교수팀이 개발한 ‘워크온슈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보행보조 로봇으로, 사람의 다리 근육 구조를 모방해 설계됐다. 1회 대회때 로봇을 착용한 선수가 앉고 서기, 지그재그 걷기, 경사로를 걸어올라 닫힌 문을 열고 통과해 내려오기, 징검다리 걷기, 측면 경사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총 6개 코스 중 5개를 252초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2회 대회는 그동안 발전한 기술 수준을 반영해 코스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등 25개국에서 1회 대회보다 10여개팀이 늘어난 66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공 교수는 이를 위해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지마비 장애인이 사용할 외골격로봇 개발과 대회 준비에 나섰다.
공 교수와 나동욱 교수(세브란스재활병원)가 공동으로 창업한 ㈜엔젤로보틱스가 로봇기술을 담당하고, 사람의 신체와 맞닿는 부분에 적용될 기술은 재활공학연구소가 개발한다.
완성된 로봇을 선수에게 적용하는 임상 훈련은 세브란스 재활병원이 맡았다. 영남대, 국립교통재활병원, 선문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에스톡스 등도 참여한다.
내년 대회를 겨냥해 새롭게 제작되는 ‘워크온슈트4.0’은 개인 맞춤형으로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대회에는 보조 도구 없이 제자리에 선 채 물컵을 정리하는 미션 수행에 활용될 예정이다.
컨소시엄 총괄책임자인 공 교수는 “이 로봇의 사용성을 향상시켜 목발을 항상 짚어야 하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일부 해소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들이며, 이들을 잘 모으기만 해도 세계 최고의 로봇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출정식에는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김병욱(45) 선수가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시연을 선보였다.
김씨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어 20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왔다. 2015년 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료진의 소개로 공 교수 연구팀에 합류한 뒤 약 5개월간의 훈련 끝에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걸어 국제대회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씨는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며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내 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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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배슬론 선수 김병욱(45)씨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보행보조로봇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KAIST] |
2016년 대회 때는 김씨가 공 교수 연구팀의 유일한 선수였다. 내년 대회에는 세브란스 재활병원·재활공학연구소·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각각 선발한 총 7명의 선수후보가 준비한다.
모든 선수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워크온슈트4.0을 지급해 보행 훈련을 진행한 뒤 올해 11월 대회에 출전할 선수 1명과 보궐 선수 1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김씨는 “내부 경쟁이 생겨 부담이 커졌지만 여러 사람과 이 로봇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며 “여러 사용자의 목소리가 모아지면 로봇도 그만큼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김씨를 포함해 정우진(52), 조영석(52), 이종률(48), 김상헌(36), 김승환(32), 이주현(18)씨 등 총 7명의 선수 후보와 가족, 40여명의 연구팀이 참여해 내년 5월까지 긴 여정의 출발을 함께하며 결의를 다졌다.
공경철 교수는 “대회에서 제시하는 미션들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들로 구성돼 있어 대회 코스만 충실히 따라가도 실제 장애인 사용자들을 위한 기술다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가진 기술력을 있는 그대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장애인을 위한 로봇기술 개발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이며,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 뿐 아니라 로봇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에는 신성철 KAIST 총장,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김덕용 세브란스 재활병원장 등도 참여해 출정팀을 격려했다. 내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로봇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다.
cty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