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무려 42년째 세계 최정상을 지키는 전설적 록밴드 U2가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반도 이슈에 전세계가 주목해온 만큼, 세계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전해온 U2의 첫 내한이 의미를 더한다.
U2의 내한 소식은 지난 5월 말 공식 발표됐다. 오는 12월 8일 U2의 'THE JOSHUA TREE' 투어의 파이널 무대가 한국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팬들은 열광했다. 공연을 성사시킨 MBC 남태정PD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는 "10년간 추진해온 일이 성사됐다"면서 웃었다.
"1987년 대중음악계의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U2 5집이 발매됐고 전세계적으로 2500만장 이상 팔렸어요. 그 앨범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조슈아 트리 투어가 2017년 시작됐죠. 그때부터 이어져 마지막을 장식할 장소가 한국으로 결정됐죠. U2 공연은 음악팬들, 관계자들이 굉장히 기대하고 요청했는데 한국 공연장, 제반 여건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어요."(남태정PD)
MBC 남태정PD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사진=MBC] |
남PD는 음악적인 라이브 실력뿐 아니라 U2의 공연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U2의 공연에서는 전세기 3대 물량의 어마어마한 장비들이 해외에서 공수된다. 각 투어 국가의 장비나 시스템을 사용하는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고유의 커스텀 장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한이 더 늦어진 면도 있다.
"음악적 성과 외에도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게 U2의 공연이에요. 몇십년간 이어온 여러 유명 투어들을 비롯해서 360 투어(360도 무대 투어)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죠. 그 뒤에 이 조슈아 트리 투어를 진행 중이고요. 공연 때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물량 때문에 어마어마한 장비들이 들어가는데, 최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워요. 스타디움 투어의 개념을 만든 가수이기도 하고요. 고척돔 이전엔 한국에서 가장 큰 실내 공연장이 체조경기장이었는데, U2의 사이즈가 그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공연이 불가능했죠. 고척돔 사이즈면 가능해서 다행입니다."(남태정PD)
남PD에 따르면, 이미 수차례 U2 공연은 국내 여러 회사가 욕심내던(?) 아이템이다. 이번 한국 공연이 확정되기까지 MBC는 물론 라이브네이션 코리아의 김형일 대표의 힘도 컸다. 그는 펜타포트, 지상 록밸리, 콜드플레이 등 대형 공연에 참여했으며, 최근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를 파리에서 마무리하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지난 20년, 30년 동안 U2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들이 만든, 투어를 위해 디자인한 커스텀 무대와 조명, 영상을 사용했다는 점이죠. 아시아 공연을 잘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그거예요. 모든 걸 비행기로 날라야 하죠. 현재 747 항공기 3대 정도의 물량을 가져올 예정이에요. 내한하는 가수 중에는 가장 많은 장비를 들여와요. 콜드플레이나 폴 매카트니가 두 대 정도였죠. 이번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랑 연결이 되면서 화물 스케줄이 맞아 떨어졌어요. 호주의 여름 기간에 맞춰 투어를 준비하다가 한국에도 고척돔이라는, 겨울에도 2만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공연장이 생겨서 인프라나 여러 조건이 맞아 최종 성사될 수 있었어요."(김형일 대표)
MBC 남태정PD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사진=MBC] |
특별히 전문 공연 기획사가 아닌 지상파 방송사 MBC가 U2의 공연 유치를 위해 사무국을 설치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의아했다. 남태정PD는 "MBC에서도 10년 넘게 준비를 해왔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과정을 살짝 공개했다. MBC가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에 발 벗고 나서는 낯선 풍경이 연출된 이유는 다름아닌 U2의 음악과 세대, 이념을 초월한 분명한 메시지와 영향력 덕분이다.
"2008년 이미 비공식적으로 U2 공연 추진단을 만들어 시도했어요. 워낙 U2는 음악적 성취와 함께 일관된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팀이죠. 세상과 약자에 대한 배려, 넬슨 만델라, 자유, 평등, 제 3세계 빈곤 퇴치 등 선진국가들이 기울여야 할 노력을 직접 언급하고요. 에이즈 퇴치,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을 지지하기로 유명하죠. 한두번이 아니라 시작부터 그런 일관된 행보를 보여줬고 전 세계인들도 지지했기에 지금의 U2가 있는 거죠. 그래서 타임즈 표지도 많이 장식했고 클린턴이나 빌게이츠와도 만나 얘기를 많이 나눴잖아요. MBC 내부 사정 때문에 계속되지 못했던 점이 있지만, 지난 2017년 다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여러 상의와 제안 끝에 성사됐죠."(남태정PD)
남PD와 김형일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반도가 남북이슈, 한류 전파 등으로 주목받는 상황도 U2의 내한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U2 멤버들은 한국을 찾았던 여러 아티스트들과 돈독한 관계로 알려져있다. 이미 한국의 명성을 일찌감치 알았어도, 여러 제반 요건들 때문에 내한이 불발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러 가지로 한국이 밖에서 보기에 재밌는 상황이에요. 한류도 그렇고 남북관계도 그렇고요. 제가 라이브네이션 전에 2005년부터 오아시스 공연 및 노엘 갤러거 공연을 하고 있는데 U2 멤버와 친하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얘기도 많이 한다고 듣기도 했어요."(김형일 대표)
"U2 쪽에서도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해요. 예전에 한국 평론가들이 인터뷰할 때 상황이 되면 U2공연을 통해 한국에 가서 히트곡 '원(One)'을 부르고 싶다고 얘기했다더라고요. 당연히 세계의 분쟁이라든가 제 3세계의 빈곤 문제 등에 디테일하게 참여하는 팀이라 한국에도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U2가 공연에서 보여준 메시지가 굉장히 와닿았고 '공존'이라는 한자가 유난히 그랬어요. 세계 인권선언을 전광판에 띄우기도 하고요. 예전에 콜드플레이도 내한공연 중 세월호 추모를 위해 노란 리본을 양쪽에 띄우고 옐로우라는 노래를 불렀거든요. 올해도 워낙 한반도 이슈가 세계적으로 뜨거웠기 때문에 U2도 한국에 와서, 한국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거라고 봐요."
MBC 남태정PD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사진=MBC] |
남PD의 말처럼, U2는 이미 일본을 찾았을 때 총리를 만나 제 3세계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을 전할 만큼 사회, 정치적 행보에 망설임이 없는 팀이다. 자연히 우리 나라에서도 그들이 어디를 방문하고, 누구를 만나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 MBC가 어떤 역할을 할 지도 관심사다.
"MBC에서 U2 사무국은 11명인데 U2의 일관된 정치적 메시지 같은 것들은 프로그램으로 녹여서 전하고자 노력 중이에요. 공식 발표 후에 본 공연까지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사무국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죠. U2가 어딜 방문했으면 좋겠다든가 누굴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저런 제안을 주변에서 주시기도 하고요. 공연 이상의 움직임들을 기대하는 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MBC가 할 역할이 있겠죠. 구체적인 안들은 좀 더 논의해서 제안할 거고 출연 여부는 아티스트 사정에 따라 협의해야죠."(남태정PD)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아무래도 U2의 국내 인지도다. 워낙 드높은 명성 덕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는 하지만 세대 특성상 40대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아티스트임을 부정할 수 없다. 20대 적극적인 문화 소비계층에게는 낯선 공연이 될 수도, 생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중장년들이 코어 타깃이던 공연이 최근에는 폴 매카트니 때였어요. 젊은 층도 많이 왔지만요. 이번에도 U2가 폴 매카트니보다 좀 낮은 연령대긴 하죠. 그간의 폴 매카트니, 오아시스 같은 공연을 생각하면 젊은 친구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해볼 만도 해요."(김형일 대표)
"고민되는 지점이기는 해요. 40대들은 당연히 꿈이 성사됐다는 반응인데 20대들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많은 젊은 친구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대중문화가 좀 다양한 그림을 향유하고 경험했으면 하는 맘이죠. 팝 음악도 잘되고 우리 가요도 잘되고 K팝도 잘되고, 재즈도 잘되면서 여러 음악이 공존해야 좋은 거잖아요. 젊은 층이 U2 공연을 접하는 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되리라 생각하고, 저런 아티스트의 이런 모습이 있구나 확인하는 게 문화적 소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좀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U2 공연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공연의 모습,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봐요."(남태정PD)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