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라인하트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대규모 국외대출이 신흥국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 교수는 3일 '2019 BOK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여러 저소득국가들이 중국의 대규모 국외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 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신흥국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자본 유출 등으로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면서 "또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해 신흥국의 달러표시 부채 증가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외에도 신흥국의 경기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 중앙은행의 딜레마, 신흥국의 과다부채 문제, 중국의 숨겨진 부채(hidden debt) 등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차 방한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만나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경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선진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은 높은 공공부채, 미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등 쌍둥이 적자, 낮은 정책금리 수준으로 재정 및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년간 무역성장률은 5.9%에 달했으나, 이후 10년간은 2.4%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에는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신흥국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는 신흥국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도 위험신호로 간주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미국 기업부채가 저신용 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위험추구현상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정부부채가 증가하고 쌍둥이 적자가 나타나는 환경 하에서 국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채를 감소시키는 등의 경제정책을 펴면 글로벌 기축통화 공급자로서의 국제적 역할과 상충된다"며 "현대판 트리핀 딜레마(Modern-day Triffin Dillemma)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리핀 딜레마는 달러가 국제 경제에 원활히 쓰이기 위해 풀리려면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야 되고, 반대로 미국 무역 흑자가 심화되면 달러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한다.

한편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1955년생으로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몸담고 있다. 이전 IMF 부국장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 및 금융안정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 저서는 'This Time is Different'가 있고, 대표 논문은 'Growth in a Time of Deb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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