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영진 채용비리·비자금 사태속 취임 1주년…첫 외부출신 CEO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MSCI한국지수 제외 등 경영성적표 부진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3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전임 경영진의 취업비리와 비자금 참사 수습 국면에서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은 이후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 대구경북(TK) 외연 확장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더십 위기 국면에 서 있다. 경영실적 면에서 MSCI(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에서 제외된 자체만으로도 경쟁 금융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뒤쳐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으로 첫 ‘외부’ 영입 CEO인 김 회장에게 흐트러진 조직 안정화는 최대 난제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비전 수립 전 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한편, 공정한 인사와 성과 보상, 폐쇄적 조직문화 탈피,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지속가능협의회를 설치해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경영문화를 갖춘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할 정도였다.
DGB금융그룹은 17일 칠성동 DGB금융지주 본사에서 그룹 창립 8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사진=DGB금융] |
그러나 전임 대구은행장이 작년 7월 사임한 이후 차기 행장 선임을 8개월여 미루다 올해 1월 결국 ‘겸직(임기 2020년12월)’을 선언, 그룹내 ‘내홍’을 야기했다.
당시 DGB금융 자회사 최고경영추천후보위원회는 ‘적정 후보자 부재’, ‘조직안정에 겸직이 최선’이란 이유를 들었지만, 대구은행 노조는 물론 이사회까지 반발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작년 4월에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회장, 행장 분리를 결정했다. 작년에 지주사의 권한이 강화되도록 규정도 강화됐다.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면 제왕적인 권력 아니냐”고 전해왔다. 그는 또 “지주사가 겸직으로 권력집중을 견제할 방안으로 경영감시 시스템 대폭강화, 권한위임을 통한 자율경영 체제, 차기 은행장 선임계획을 약속했기 때문에 한시적 겸직체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룹 속내를 들여다보면 ‘파벌’ 다툼이 있었고, 김 회장이 조직장악을 위한 실력행사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출신 학교별로 경북고 출신과 영남대 출신간 신경전이 있었다는 것. 은행이 추천한 은행장 후보는 모두 영남대를 졸업했지만 김 회장은 경북고를 나왔다.
김 회장은 사실 TK와의 인연이 고교 졸업 이후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과 1978년 외환은행 입행한 뒤, 하나금융지주 상무·부사장,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생명보험 대표 등 줄곧 서울에 머물렀다. 하지만 대구은행장 추천위원 사외이사 4명인 서균석 안동대 명예교수, 김진탁 계명대 명예교수, 김용신 대구지방공인회계사회 회장,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등은 뿌리깊은 TK인사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취임 1년동안 주가 추이 |
김 회장의 ‘리더십’ 문제도 제기됐다. DGB금융은 6월 첫 주식거래일부터 MSCI 지수에서 제외된다. MSCI 지수(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는 글로벌 펀드 투자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이 발표한다. DGB금융은 한국시장의 114종목 중 하나였는데, 이중에서 시가 총액이 최하 종목의 3분의 2 미만으로 떨어져 제외됐다. 유독 주가하락폭이 컸던 것.
DGB금융은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은 0.0242%로, 이번 제외로 외국인 매도 규모 약 2875억원으로 패시브 자금(인덱스펀드 등 지수추종 장기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지수 편출이 확정된 DGB금융은 주간 단위로 2.9% 하락해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MSCI 지수와 주가 폭락은 CEO로선 치명적인 실책이다. JB금융지주의 전 IR담당자는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처럼 지방 금융지주 CEO들은 특히나 IR 담당자들과 미국, 홍콩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해외투자자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지방의 금융지주 한 임원은 "부산, 경남, 대구 등은 조선, 자동차업 등 지방경제 주축의 부진 속에 시중은행들이 지방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갈수록 지방 금융지주사로선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그는 이어 "지방금융사들의 수도권 진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김태오 회장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남은 임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