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악플 시달리던 구하라, 극단적 시도
정준영 단톡방 불똥, 여배우·아이돌에 튀기도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전 연인과 폭행, 성폭력 시비에 휘말렸던 카라 출신 구하라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충격을 안겼다. 앞서 승리, 정준영 사태에서도 그랬듯 무분별한 2차 가해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구하라의 매니저 A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 구하라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구하라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폭행과 관련한 법적 공방에, 외모 지적 등 숱한 악플과 우울증으로 그가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모두가 짐작했기 때문이다.
◆ 단지 피해자일 뿐인데…끊임없는 악성댓글이 화 불렀나
구하라는 지난해 8월부터 전 연인 최 모씨와 법적 분쟁 중이다. 구하라는 최씨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불법 촬영 영상 유포 협박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초점이 바뀌었다. 최씨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돼 그는 불구속 기소됐고 구하라는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구하라가 이 사건의 피해자임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전 남자친구 A씨 폭행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9.18 kilroy023@newspim.com |
그럼에도 구하라를 향한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사건 초기 먼저 고발당했던 탓에 '여자가 남자를 폭행했다'는 것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상당수였다. 더욱이 최씨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불법 촬영 영상으로 인해 지속적인 2차 가해에도 시달렸다. 최근에는 쌍커풀 수술을 했다는 오해에 휩싸이자, 구하라는 직접 "불편함이 있어 안검하수 수술을 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저도 하루 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는 30일 최씨와 폭행 사건 2차 공판을 앞두고 구하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미 여러 차례 SNS에 짧은 글을 올리며 힘든 속내를 털어놨던 그다. '한 마디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등의 문구는 그가 지속적인 악플과 2차 가해에 지쳐있음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선택 이후 구하라는 현재 국내 소속사가 없는 상태에서 28일 일본 산케이스포츠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여러분께 걱정을 끼치고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건강상태는 회복 중이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 마음이 괴로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또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 멤버 승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9.03.14 leehs@newspim.com |
◆ 승리·정준영 사태 때도 엉뚱한 곳으로 튄 2차 가해…해결책 없나
2차 가해와 악플로 인한 피해 사례는 구하라뿐만이 아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연예인들, 특히 여성들이 이같은 피해를 입었다. 앞서 연예계를 강타한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승리, 정준영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불법 영상 등 성범죄 연루 정황이 나왔을 때도 불법 영상에 촬영된 피해자를 향해 가장 먼저 불똥이 튀었다. 이후 해당 사건에 이름이 언급된 걸그룹 멤버, 여자 배우들은 연이어 루머에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한 연예기획사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퍼져나가는 건 삽시간이다. 여자 연예인들에게 유난히 가혹하다. 승리, 정준영 사건의 가해자보다 애꿎은 피해자들이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이들보다도, 그 사이 언급된 죄없는 이들이 고스란히 2차 피해를 당한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악플과 루머는 법적으로 고소한다고 해도, 이미 퍼진 소문을 막을 수 없고 피해와 상처를 되돌릴 수 없다. 무분별한 악플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심각한 범죄임을 많은 이들이 자각하고 지양해야 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구하라를 염려하는 일본 팬들의 글 [사진=야후 재팬 포털사이트 캡처] |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에야, SNS와 온라인상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에선 '#WeAreWithYouHara'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고, 디지털 성폭력 근절 단체(DSO),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들이 동참했다.
사건 후 구하라가 심경을 밝히자, 일본 네티즌들도 "사과하지 않아도 될텐데. 주위 사람에게 더 의지해도 좋을텐데.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느긋하게 지내" "의식이 돌아와 안심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숨이 막혀서 자포자기 했겠지. 또 TV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며 그를 응원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든 후에는 늦는다는 걸 이미 숱한 사례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반복되고 있고, 비극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악플과 성범죄 2차 가해를 막을 적극적인 대책을 많은 이들이 요구하는 이유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