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에 사활 걸고 1천억 투자 진행
P&W, 롤스로이스, GE 등도 기술력 인정…장기 계약
[창원(경남)=뉴스핌] 전민준 기자 = “첫 한국형 위성발차체인 누리호의 엔진을 바로 이곳에서 만들었습니다.”
김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장(상무)의 목소리엔 힘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이 공장은 국내 유일한 가스터빈 항공엔진 제조거점이다. 글로벌 엔진 제조업체들의 최첨단 엔진에 들어갈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설립했다.
현재 이곳에선 항공엔진과 항공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창원공장에서 만든 항공엔진은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공군 주력 항공기와 GE, P&W, 롤스로이스 등 해외 기업에도 장기 공급되고 있다. 글로벌 항공엔진 업체 중 10년 이상 GE, P&W, 롤스로이스 등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전경.[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티끌 하나 없이 청결...로봇이 공정따라 분주
수천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항공엔진을 만드는 거대한 제조공장인데도 티끌 하나 찾기 힘들 만큼 청결하다. 부품 제조공장이라고 해서 쇳가루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떤 불쾌한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편한 복장을 갖춘 직원들이 밝은 얼굴로 곳곳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스마트화다. 엔진부품 신공장에 들어서자 무인운반로봇이 미리 입력된 생산계획에 따라 자재 창고에서 자동으로 꺼낸 제품들을 분주히 옮기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로봇팔이 프로그램 된 작업지시에 따라 절삭공정을 마친 엔진 부품의 표면을 정밀 가공하고 있다. 각 공정 작업을 완료하자 다시 무인운반로봇이 밀링과 용접, 세정 등 다음 공정이 준비된 작업장으로 제품을 알아서 옮긴다.
항공엔진 부품을 정밀 가공하는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자동조립로봇과 연마로봇, 용접로봇, 물류이송로봇을 비롯한 첨단장비 80여대는 작업자 없이 정해진 공정에 맞춰 계획대로 유연생산시스템에 따라 24시간 가동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항공엔진 사업 강화’를 내세우면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항공엔진 부품은 첨단 항공엔진 케이스와 엔진 내부 회전부에 들어가는 초정밀 가공품이다. 항공기 엔진 공정실에 들어서자 고열로 원형의 엔진부품을 시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정실 관계자는 출입기자가 모두 공정실에 들어선 걸 확인한 후 빨간 버튼을 '쿡' 누른다. 그러자 새빨간 불이 '쏴'하면서 엔진부품을 달구기 시작한다. 엔진부품은 잠시 수축되더니 불 세기가 약해지자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상균 공장장은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난삭소재를 정밀 가공해야 한다”면서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공정에서는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실제 작업장 내부는 실내 온도를 정확히 21℃로 유지하고 있다. 단 1℃라도 상승할 경우 금속재료의 미세한 팽창으로 정밀조립이 불가능해 진다.
◆올해 18조, 내년 20조 수주...민간항공 성장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창원공장에 자동화 라인을 놓고 미국 GE의 차세대 엔진인 리프의 엔진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에 미국 P&W의 GTF엔진에 장착하는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 3종 등 고부가 핵심부품까지 만들어 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P&W의 GTF엔진 국제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가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업체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지난 1월 미국 P&W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1조9000억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했다. P&W를 포함해 GE,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수주금액만 21조원을 넘는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시장은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 증가 등 민간항공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따라 연간 6%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2025년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시장은 542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8조원 수주 목표를 달성, 내년 20조원을 넘어서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은 “수주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올해 18조원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면서 “내년에는 2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우량 고객업체의 입찰에 추가로 참여하면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엔진을 검수하는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