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침입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의 수장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이하 '홍 창')이 침입 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두 차례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사실이 나타났다. 홍 창과 접촉한 FBI가 왜 그를 체포하려는 지, 또 미국이 조사한 결과가 왜 스페인 법원의 것과 다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을 침입한 인물 중 한 명인 자유조선 소속 크리스토퍼 안의 보석 석방 불허 소식과 함께 미 연방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그의 공소장 내용을 보도했다. 그는 지난 18일 FBI에 체포되고 연방검찰로부터 기소받아 현재 LA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 정차된 경찰 차량. 2019.02.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홍 창, FBI 동·서 지부 방문
미 연방검찰에 따르면 홍 창은 범행하고 그 이튿날인 지난 2월 23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그가 "뉴욕 FBI 사무실에서 여러 요원들과 만났다"는 것이 공소장에 쓰인 내용이다. 그곳에서 그는 대사관에서 훔친 것들을 요원들에게 건넸다. 지난 22일 범행 당시 자유조선 회원들은 대사관을 침입해 대사관 직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대사관 컴퓨터와 문서 등을 훔쳐 달아났다. 홍 창은 FBI 요원들에게 그와 단체 회원 몇몇이 "수일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과 현장에 "칼과 에어소프트 총(에어소프트 스포츠에 사용되는 BB탄을 발사하는 총 모양의 장비)"을 들고 갔지만 꺼내지는 않았다고도 전했다.
이후 홍 창은 서부 캘리포니아주 LA로 건너가 그곳 FBI 요원들과도 만났다. 그는 전직 미 해군 출신의 크리스토퍼 안 역시 대사관 침입에 가담했다고 요원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홍 창이 크리스토퍼 안의 범행 만을 알리기 위해 LA까지 갔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대사관에서 훔친 물품은 뉴욕 사무소에 건네졌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쓰인 대로라면 FBI는 사건 이후 두 번 홍 창을 만났고 풀어줬다. 두 달 뒤인 현재 왜 그를 체포하려 하는 지, FBI의 태도 변화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FBI 조언 듣고 권총 챙겼는데 FBI가 체포
크리스토퍼 안이 체포됐을 당시 그는 총알이 장전된 40구경짜리 칼리버 권총을 허리띠에 차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변호사 칼리 스틸은 해당 권총이 라이선스를 받은 합법 소지 무기이며, 그가 권총을 소지하게 된 계기는 FBI가 그에게 생명의 위협을 알린 이후라고 법원에 주장했다. 다시 말해 FBI가 크리스토퍼 안에게 "권총을 소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FBI는 대사관 침입 사건 전 생명 위협을 우려할 만큼 그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앞서 자유조선은 크리스토퍼 안 체포 후 단체 홈페이지에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을 상대로 미 법무부가 영장을 배포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발표했다. 마치 미 당국에 배신을 당했다는 뉘앙스다.
◆ "침입자 10명 아닌 7명"
미 연방검찰은 침입자가 홍 창 외 6명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는 스페인 법원이 밝힌 침입자수 10명 보다 3명 적다.
한편, LA법원은 23일 크리스토퍼 안의 보석 요청을 기각했다. 범죄의 중대성과 국제관계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미국과 스페인 간에는 상호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어져 있어 LA법원 판결에 따라 그를 스페인에 송환하거나 풀려나게 된다. 만일 그가 스페인에 송환될 경우 최소 10년형에 처해진다. 다음 재판은 7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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