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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그후..법진스님 유죄 받아도 피해자 고통은 치유되지 않는다

기사입력 : 2019년02월28일 16:46

최종수정 : 2019년02월28일 17:01

피해자 A씨 ‘쉼터’서 거주하며 정신과 치료 중
대법 유죄 뒤에도 법진스님 사과 없어...
“인간에 대한 회의감, 우울감, 허무함 들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A씨의 일상은 여전히 2016년에 머물러 있다. 그 해는 A씨가 평소 존경하던 종교지도자이자 자신이 ‘모시던’ 상사인 법진스님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던 해다.

A씨와 법진스님의 인연도 그 해에 시작됐다. 법진스님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재단법인 선학원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백용성 선생 등이 주축이 돼 1920년 설립한 불교 단체다.

모태신앙의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A씨가 한국 불교역사 산실인 선학원에 채용된 것에 기뻐했던 건 당연한 일. A씨는 그렇게 2016년 3월 28일 선학원에 첫 출근했다.

A씨는 선학원 사무국의 재무과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했다. 3개월 동안 수습직원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A씨는 법진스님에게 탄산수를 가져다주거나 사무국 내 상황을 보고하는 잔심부름도 담당했고, 법진스님이 외부에 나갈 일이 생길 때면 운전기사 노릇도 했다.

출근 1달여가 지났을 무렵인 2016년 4월, A씨는 법진스님과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쓸 물품을 구매하러 가기 위해 함께 차에 탔다. 운전을 하던 법진스님은 ‘내가 요즘 많이 힘들다’는 취지로 A씨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하고, 손을 만졌다. 이후에도 법진스님은 ‘손이 왜 이렇게 차냐’,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등 얘기를 하면서 A씨의 손을 주물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다 그 사건이 벌어졌다. 2016년 8월 5일 저녁 6시 30분쯤, 법진스님은 A씨에게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속초로 향했다. 그리고 차 안에서 또 다시 A씨의 손을 만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몸을 쓸어내리기까지 했다.

속초에 도착한 후, 법진스님은 한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을 잡았다. A씨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증언한다.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라타서 제게 손짓을 했는데, 저는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어서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서서 ‘누가 날 좀 도와줬으면’, ‘저 엘리베이터를 타면 큰일 날 것 같다’, ‘직장에서 짤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A씨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 ‘혼자 택시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A씨에게 법진스님은 차키를 건네며 술을 먹었으니 대신 운전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A씨는 그제야 비로소 성폭력 피해를 당했음을 인지하고, 고민하다 그해 10월 18일 법진스님을 고소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또 다시 시작이었다. “스님을 고소한 후 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개 직원이었고, 가해자는 저의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이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성직자를 상대로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A씨는 말한다.

A씨는 출근할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이 찾아오는 통에 집에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범죄 피해자들이 머무는 쉼터에 갔다. 재판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건 당연하다. A씨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는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저의 과거 행실을 문제 삼았고, 제가 과거에 근무했던 직장까지 찾아가 저를 음해했다”고 말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법진스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24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명령을 확정했다.

법원은 무죄를 주장하는 법진스님에게 “4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불교계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를 이용해 소속 수습 직원을 추행했다”면서 “그럼에도 진정으로 반성보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고 근거 없이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나 과거 직장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주장을 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이 확정된 후의 심정을 이렇게 전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안심이 되었고 기뻤습니다. 이게 꿈인가 싶어 멍했습니다. 이제는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겠구나 안심했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기대했습니다”

법진스님은 형 확정 이후 선학원에 사표를 냈다. 하지만 이사회는 사표를 반려했다. 징계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법진스님이 일터로, 교단으로 돌아가는 동안 A씨는 직장으로, 집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됐다.

A씨는 현재까지도 쉼터에 머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사장님은 아무런 사과도 없으셨고, 이사회가 사표를 반려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인간에 대한 회의감, 우울감, 허무함이 들었고 지금도 너무나 힘이 듭니다” 

A씨의 삶은 2016년 그날에 머물러 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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