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 성명
[서울=뉴스핌] 김태훈 인턴기자 =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지도자, 빙상인으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외에 성폭력 피해 선수가 더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9일 성명을 통해 “심석희가 용기있는 고발을 했다. 자신을 가르쳐 온 코치(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10대 때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심석희의 용기있는 증언이 또 다시 ‘이슈’로만 끝나서는 안된다”며 “심석희 혼자만이 피해자가 아니다. 꾸준히 빙상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위를 조사해 왔다. 조사 결과 심석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원=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여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8.12.17 kilroy023@newspim.com |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만 17세였던 2014년부터 2018 평창올림픽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관련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음은 '젊은 빙상인 연대' 성명서 전문이다.
◆ '젊은 빙상인 연대' 성명서
대한민국 쇼트트랙 스케이팅의 영웅 심석희 선수가 용기 있는 고발을 하였습니다. 자신을 가르쳐온 코치로부터 10대 때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고발이었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하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심석희 선수에게 진심을 다해 부끄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증언이 또 한 번 '이슈'로만 끝나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젊은 빙상인들의 생각입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철저한 감사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부실 운영과 비위행위를 발표했지만, 아직 한국 빙상계엔 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처와 빙상계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구성된 관리위원회 구성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많은 빙상인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를 믿지 못하였기에, 대한체육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대한체육회가 빙상 적폐세력의 든든한 후원군이란 판단이 섰기에, 심석희 선수가 부득이 언론을 통해 용기 있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과연 심석희 선수 혼자만이 성폭력의 피해자이겠냐는 것입니다. 그동안 젊은 빙상인 연대는 꾸준히 빙상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위를 조사하여 왔습니다. 조사 결과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 세력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젊은 빙상인 연대는 그 선수들의 피해 사실을 그동안 알리지 못하였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하나도 바뀌지 않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체재 아래에선, 모든 적폐를 일단 덮고 보자는 식으로 '적폐 보호'에만 급급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아래에선 오히려 고발이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으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발을 통해 우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혼자서 감내할 수 없는 큰 고통을 안고서 숨 죽여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2차 피해와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빙상 실세들이 바라던 결과였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심석희 선수처럼 빙상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당해 고통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이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진정한 빙상 개혁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신다면 우린 이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추가 피해 선수들에 대한 증언이 보호받으려면 빙상 적폐 세력을 적극 보호하고, 이들의 방패막이 돼주는 일부 정치 인사들에 대한 실체가 공개돼야 합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빙상계를 사유화했던 세력의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해왔습니다.
빙상계 사유화 세력들에 대해 개혁을 부르짖고, 변화를 촉구하는 선량한 이들을 향해 이 후원군들은 되레 '저들이야말로 적폐'라는 가당치 않은 공격과 각종 협박을 일삼아 왔습니다.
스포츠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스포츠계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었던 김종 전 문체부 차관처럼 이 후원 세력 역시 스포츠를 사유화해 체육계를 자기 앞마당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시대는 이 후원권 세력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린 심석희 선수처럼 용기를 내 이 세력의 실체를 공개할 것입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스포츠를 사유화하려는 용납할 수 없는 일부 정치인의 시도를 막아주십시오. 빙상계를 계속 '동토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빙상 적폐들과 그 후원군들의 준동을 막아주십시오.
빙상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핵심 빙상 적폐 세력은 여전히 당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용기 있는 발언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우리 국민에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해왔던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꽃' 빙상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제 말이 아닌 행동, 구호가 아닌 참여만이 죽어가는 빙상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 선수, 지도자, 학부모, 빙상장 노동자들이 어떤 세력들에 대해 억압받고, 탄압받았으며 여전히 공개되지 못한 채 숨죽여 있는 빙상계의 추악한 이면이 무엇인지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이 목소리들이 대한체육회로 상징되는 거대 체육계 세력과 일부 정치 세력들에 의해 압살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의로운 대부분의 언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호소합니다.
남아 있는 빙판마저 녹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 드림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