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 놓고 이해득실 엇갈려
임재천 "운전자론 文정부, 先 남북정상회담 희망할 듯"
차두현 "비핵화 조치 뒤 북미정상회담, 서울 답방이 논리적 순서"
[서울=뉴스핌] 노민호 이고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친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화답이 나온 직후 공개된 '김정은 친서'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이른바 ‘속도 조절론’을 밝혀 북미 간 단기 성과에 목 메달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대미 친서 등을 기점으로 북미 간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운전자론’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핵협상에서는 교착국면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미 정상 간 이어지고 있는 비핵화 모멘텀을 활용해 북한 비핵화 진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뉴스핌 DB] |
◆ 트럼프 “머지않은 시점에 2차 북미정상회담 갖게 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으로부터 방금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계획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가 언제 어떤 경로로 전달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북한 비핵화 협상 속도를 두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서두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연이틀 이어진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 발언’은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나 역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북한이 훌륭한 경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경 장벽과 셧다운, 북미 관계 등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미정상회담 1~2월 개최, 그 이후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제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근거할 때 1~2월로 점쳐지는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미 간 ‘빅딜’의 문턱이 매우 높고, 교착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개최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이뤄질 4차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보다 먼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데 힘을 실었다. 남북이든 북미든 일단 정상회담의 개최 자체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어떤 순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북미가 먼저냐, 남북이 먼저냐를 따지는 예측은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까지 친교산책을 한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 양무진 "남북, 북미 순서 의미 없지만…선(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文정부에 유리"
전문가들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순서는 의미가 없지만 어떤 회담이 먼저 열리느냐에 따라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이 먼저 열린다면 향후 이어질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우리의 지위가 상당히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개최된다면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비핵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일정 정도 진전이 된다고 할지라도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열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고, 운전자론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은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만 개최될 것 같다”면서 “왜냐하면 1차 때처럼 열리는 데 의의를 두면 미국 내 비판적인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본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
◆ 차두현 "1~2월께 북한의 비핵화 추가조치→북미정상회담→서울 답방 순서가 논리적"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게 될 경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남북정상회담이 먼저 열리면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데 남측 정부를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실현되는 순서로 보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1~2월 중에 이뤄지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뒤에 최종적으로 서울 답방을 하는 것이 비핵화나 평화체제에 있어 논리적인 순서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먼저 하게 되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 “평화 공세적인 의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인데, 자기들의 비핵화 조치는 진전을 시키지 않고 미국의 상응조치나 한국이 줄 수 있는 보상을 저울질하겠다는 의미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열리는게 더 바람직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기 쉽고 이행하기 쉽기는 서울 답방이 더 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미관계가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속도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서울 답방을 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남북관계가 앞서 나가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으니,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하기를 당연히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