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핵심 '윗선' 공통점
박병대, 朴정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논의 등 의혹
고영한,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 축소 관여
임종헌, 사법행정 실무 책임자로 의혹 전반 폭넓게 관여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윗선으로 꼽히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큰 틀에서 의혹에 깊숙이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역할과 재직 시기에 따라 의혹이 다소 달라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이들은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재직하던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 사이 사법행정의 중심인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왼쪽부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장. |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직후인 2011년 11월부터 1년 가까이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가 2012년 8월에는 대법관으로 취임, 지난 8월까지 근무한 뒤 퇴임했다.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제22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은 고 전 대법관에 앞서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제21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양 전 대법원장 취임 초기 법원행정처장은 차한성(63·7기) 전 대법관이었다. 차 전 대법관은 2011년 10월부터 2년간 제20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이들 전직 대법관이 차례로 행정처장을 지내는 동안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처장은 2012년 8월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시작으로, 2015년 8월 행정처 차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3월까지 총 5년 가까이 사법행정 실무를 도맡았다.
이들은 재직시기별로 사법 행정의 현안에 따라 혐의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고 전 대법관은 재직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비위 의혹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관련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6년 당시 문 부장판사는 자신의 스폰서이던 건설업자 정모씨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했지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이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징계없이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고기일을 미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관련,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적극 추진하던 시기 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이를 보다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각종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4년 10월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관련 재판 진행 방향 등을 직접 논의한 의혹을 받는다.
또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게 지시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맡은 재판부와 접촉하도록 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게 지시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맡은 재판부와 접촉하도록 한 의혹을 받는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상고심 일정을 조율하는 등 관련 재판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최근에는 2015년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대외비로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에 박 전 대법관의 결재가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들어나면서 판사블랙리스트 의혹에도 핵심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검찰은 결국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의 이같은 행위가 대부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라고 보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임 전 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처에서 5년 가까이 사법행정 실무 총책임자로 근무하다보니 전직 대법관들이 관여한 혐의 대부분에 함께 연루됐다.
실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30여개 가까운 범죄사실이 적시됐다. 각종 재판 개입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관련 법리검토 보고서 등 대법원 내부 문건 유출, 법관사찰, 판사비위의혹 축소 및 은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등이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