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신 이유 직원 해고는 부당 고용 원상 복귀 판결
은행 초등학교 등 두자녀 정책에 따른 인력 관리난 하소연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2자녀 정책을 시행 중인 중국의 한 유치원 교사가 ‘순서를 어기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교사는 유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법원 역시 교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국 사회는 여전히 떠들썩하다. 유치원 외에도 학교 은행 등 여직원이 많은 곳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스줴중국] |
중국의 한 기업형 유치원 ‘먀오먀오(苗苗)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판(潘) 교사는 2017년 6월 둘째를 임신했다. 앞서 ‘출산 신청서’를 유치원에 제출하고 순번 ‘7번’을 받았던 그가 순서를 어기고 아이를 가진 것이다.
판 교사는 유치원에 순번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유치원 측은 “한번 정한 규정을 어기게 되면 다른 교사들도 관리할 수 없다”며 판 해고를 강행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두자녀 정책 시행 전까지는 교사들의 임신 순서를 잘 맞춰가며 운영할 수 있었다”며 “두자녀 정책 시행 이후 임신을 원하는 교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계약서에 따르면, 유치원이 정한 규정을 어길 경우 고용 계약은 자동적으로 해지된다”며 교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해명했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 2015년 ‘여교사는 서면으로 임신계획을 신청해야 한다. 유치원은 교사의 근무 연도, 나이, 혼인 시기 등을 종합해 임신 순서를 정한다’ 등의 규정을 발표했다.
해고 통지를 받은 판 교사는 지난해 12월 노동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제출했다. 노동중재위원회는 유치원에 “판 교사의 해고는 부당하니 복직시키고, 1년 치 연봉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통지했다.
유치원은 다시 이에 불복해 인민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역시 판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6월 법원은 “임신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다는 유치원의 규정 자체가 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한 유치원 전경 [사진=바이두] |
‘판 교사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중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건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임신 출산은 모두 개인의 사생활인데 어떻게 회사가 간섭할 수 있는가?”라며 비난에 나섰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두자녀 정책이 갑자기 시행된 뒤로 한 부서에 서너 명의 직원이 동시에 임신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임신은 분명 축하해 줄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인력 운용을 계획대로 하기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다.
판 교사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은행 등 여직원이 많은 직장에서는 해당 사건이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은행 직원은 “지점장과 상의해 임신하기로 결정했으나, 해당 기간 내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두자녀 정책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오는 2019년부터는 당국이 소득촉진을 위해 산아제한을 전면적으로 폐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한국 역시 지난해 사립유치원 교사의 ‘임신순번제’가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비정규직 유치원 교사들이 유아휴직을 내거나 장기간 휴가를 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