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며 과자먹는 고객 늘어나…간판상품 연이어 '판매종료'
과자전용 집게부터 입에다 흘려넣는 '원핸드스낵'까지 대책 고심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의 제과업계에서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다고 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먹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손이 더러워지는 과자들이 외면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제과회사 모리나가(森永)제과는 지난달 식품 공장 등 생산거점을 재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사 상품인 '초코 플레이크'의 생산을 내년 여름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모리나가 제과의 초코 플레이크는 1967년 발매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출시 당시엔 TV 등을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과자라는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모리나가의 홍보담당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과자를 먹는 소비자가 늘어나 초콜릿이 손에 묻는 상품이 외면받은 게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초콜릿을 개량해 잘 녹지 않게 만들기도 해봤고 스틱형 상품을 내기도 했지만 정착되지 못했다"며 "공장의 노후화 문제도 있어서 생산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모리나가의 초코 플레이크외에도 지난해 메이지 제과의 스낵형 과자 '카루'가 전국 판매를 종료했던 것도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각 제과회사의 간판상품들이 연이어 생산이 종료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리나가 제과가 자사제품인 초코플레이크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모리나가 제과] |
◆ '원핸드스낵'에 과자전용 집게도 등장…"가루가 묻어야 제맛"이란 고객도
제과업계에선 스마트폰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고이케야(湖池屋)는 올해 스틱형 포테이토과자를 한손으로 먹을 수 있는 '원핸드 스낵' 시리즈를 발매했다. 좁은 과자 봉지 입구를 통해 직접 입에 과자를 흘려넣을 수 있다.
일본 제과회사 고이케야의 '원핸드스낵' 시리즈. 입구가 좁아 직접 과자를 입에 흘려넣을 수 있다. [사진=고이케야] |
고이케야 측은 소비자 조사에서 '사고싶은 스낵형 과자'에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 스낵"이 늘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에서 착안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이케야 홍보담당자는 "손이 더러워지면 티슈가 필요해지는 데다 먹을 수 있는 장소도 집 등으로 한정된다"며 "원핸드스낵은 게임이나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대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제과회사 가루비는 지난해 일부 편의점에서 캠페인을 진행해 행사대상 상품을 2개 구입한 고객에게 포테이토칩 전용 집게를 선물했다.
손을 더럽히지 않고 과자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다만 가루비 홍보담당자는 "과자를 먹을 때 손에 묻는 가루가 좋다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전 상품을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 과자 컨셉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초콜릿·코코아협회의 추계에 따르면 일본의 초콜릿소비량은 2017년 27만톤을 넘겨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협회 측은 "최근엔 카카오 함량이 높은 상품이나 먹기 쉽게 개별포장이 된 상품이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스마트폰의 영향이 무조건 크기만 한 것도 아니다. 1968년부터 초코 플레이크를 판매해온 닛신시스코(日清シスコ)는 모리나가와 다르게 호조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닛신의 초코 플레이크 매출은 2016년도에 전년도 대비 20% 이상 증가했고, 2017년도에도 10%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닛신의 담당자는 "초콜릿 배합을 다르게 해 맛을 개량화했고, 상품을 세분화해 소비자 니즈를 공략했다"며 "설탕 함량을 절반으로 줄인 상품이나 과자를 작게 소분한 타입의 상품도 내놓았다"고 매출 호조의 이유를 밝혔다.
편의점 연구가 다야 신지(田矢信二)는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스마트폰 보급으로 손이 더러워지지 않길 바라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서도 "모리나가 측은 초코볼 등 인기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초코 플레이크는 주력상품이 아니다"라며 "때문에 전사적 차원에서 생산 종료를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엔 과자들도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역사를 가진 것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며 "좋아하는 과자를 지키기 위해선 직접 사먹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