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아파트' 증가로 주거 공간 내 흡연 갈등 부글부글
아파트흡연실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반대 의견도 많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주거 공간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흡연으로 주민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은 아파트 거주 세대 절반 이상이 복도, 계단, 지하주차장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이를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아파트 복도 등 일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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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로 인해 주거 공간 내 흡연과 층간 흡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 씩 경비실로 ‘우리 집에 담배 냄새가 올라오니 해결 좀 해달라’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비흡연자인 A씨는 최근 담배 냄새를 참다못해 화장실에 전동 댐퍼(환풍구 냄새 차단 장치)를 설치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환기구를 타고 냄새가 다 올라온다”며 “본인이 담배를 피우면서 환풍기는 도대체 왜 돌리나. 차라리 거실에서 피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파트 거주민 단체 메신저방을 보여주며 “‘제발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이 수시로 나올 정도”라며 “이건 같이 죽자는 심보”라고 ‘실내 금연’을 강조했다.
하지만 흡연가의 입장은 다르다. 흡연가인 김모씨(여‧59)는 “수시로 이웃집에서 찾아와 ‘누가 담배 피웠냐’고 추궁한다. 심지어 아파트 승강기에 ‘담배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항의문까지 붙여놨더라”며 “공공시설엔 흡연실이 있으니 일부러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온다.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씨는 “차라리 법으로 아파트 흡연 구역을 지정해줬으면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최근 아파트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주민 간 흡연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아파트 복도, 계단 등 전부 또는 일부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관리 주체가 해당 아파트 단지에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다수는 개정안 발의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흡연 규제가 불과 몇 년 사이 부쩍 심해졌는데 막상 흡연자를 위한 공간은 부족해졌다”며 “흡연 제재가 강화될수록 흡연 구역을 만들어줘야 분쟁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반겼다.
또 다른 주민은 “아기 때문에 걱정인데 이웃끼리 얼굴 붉히기 싫어 매번 찾아가기도 껄끄럽다. 차라리 흡연 구역을 설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정모씨(여‧27)는 “기존 아파트 흡연자들을 수용할 별도 흡연 구역을 만드는 일이 물리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설사 가능하더라도 하루에 몇 번씩 흡연 구역으로 이동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님비(내 뒷마당엔 안 된다)현상’으로 아파트 흡연 구역 설치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모씨(여‧58)는 “혹시 내가 사는 동 앞에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며 “아파트 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따졌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