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과도한 위안화 가치 하락 원치 않아
전문가 '위안화 절하 원인은 미국에 있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위안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내 들자, 중국은 위안화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7891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일 대비 위안화 가치가 0.44% 하락한 것으로, 전일(23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8일 만에 절상시킨 뒤 하루 만에 위안화 가치가 다시 내린 것이다. 최근 3개월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7% 넘게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비난하면서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중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며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4월 미국 환율정책 보고서는 중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정책 보고서를 공개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제한되고 기존 무역협정이 중단되면서 미중 무역·금융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미국의 비난이 거세지자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위안화 가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안정적이며, 당국이 수출 장려를 위해 일부러 위안화를 절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역시 “위안화 약세는 달러 강세 및 외부 불확실성 확대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인 수준 안에서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역시 23일 사설을 통해 “환율(화폐)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전쟁이 발발하면 전 세계에 금융 혼란을 가져오고 중국과 미국 모두 패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위안화 절하가 결코 중국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물론 중국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위안화 값이 내릴수록 중국은 외환보유고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매번 말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위안화 약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시장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위안화 값이 내린 것이란 설명이다.
[캡쳐=바이두] |
중국 전문가들 역시 중국이 일부러 위안화 절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명 경제학자 이셴룽(易憲容)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으나, 이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또한 위안화 절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핑(張平) 푸다그룹(富大集團)은 “위안화 값이 하락하면 원자재 및 농산물 수입 금액이 늘어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위안화 절하는 결코 중국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위춘하이(於春海) 런민대학교 국가발전전략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빌미로 환율전쟁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 교수는 “미국은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글로벌 금융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중국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중국은 외국 자본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