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부정한 청탁’ 유죄근거 安 증언 신빙성 탄핵에 주력
신동빈-박근혜 단독면담 경위·업무수첩 기재 등 ‘진술번복’ 지적
안종범 “2년간 120여차례 조사서 사실만을 얘기...참담한 심정”
9일 신동빈 신문으로 뇌물사건 마무리...11일부터 경영비리 심리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 측은 자신의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58)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향해 “본인의 처벌을 면하고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총공세를 펼쳤다.
1심에서 면세점 특허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인정되는데 핵심 증거로 쓰인 안 전 수석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참석을 이유로 보석을 요청한 바 있다. 2018.06.25 yooksa@newspim.com |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2일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안 전 수석의 진술 변화를 물고 늘어졌다. 앞서 검찰 조사와 관련 재판에서 했던 진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앞서 안 전 수석의 증언은 1심에서 롯데의 ‘부정한 청탁’의 주요 증거로 쓰인 바 있다. 안 전 수석은 2016년 3월 11일 신 회장과의 오찬자리에서 신 회장이 롯데 면세점 탈락에 따른 고용 문제를 언급했으며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신 회장 측은 먼저 지난 2016년 3월 14일 있었던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면담 일정 확정 경위에 대해 추궁했다.
신 회장 측은 “증인은 같은해 2월 29일 오후 2시경 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전화를 달라는 문자를 남겼고 이에 신 회장이 증인에게 전화를 건 게 맞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내가 연락을 했던 기억은 난다. 면담일정을 잡기 위해 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시하며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신 회장에 처음 전화한 것은 개별면담 때문임이 틀림없다고 진술했었다. 그런데 지금 기억은 왜 다르냐”고 지적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신동빈) 개별면담이 당시 제게 중요한 현안 중 하나였고 신 회장과 얘기한 게 사실이다”며 “그래서 개별면담 관련해서 전화했다고 진술한 것”이라 답했다.
신 회장 측은 최순실 씨가 SK그룹에게 자신의 소유 독일회사인 비덱스포츠에 50억원을 송금하도록 요구한 정황에도 안 전 수석이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은 SK그룹으로부터 최 씨 요구의 부당성을 이메일로 전달받았고 대통령에게 중단하는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하지만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2번이나 SK 측에 지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기재된 롯데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2016년 3월 10~13일 수첩 내용 중 롯데 관련 얘기를 기재한 경위에 대해 이 사건 1심에서는 신 회장 아니면 소진세 롯데 사장 두 사장을 통해 들은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나와서는 소진세 사장과 통화하면서 받아적은 것이라고 했다”며 말을 바꾼 정황을 꼬집었다.
이어 같은 기간 안 전 수석과 소진세 사장과의 통화내역을 제시하며 “두 사람이 통화한 건 3월 10일 29초, 11일 17초 두 차례 뿐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수첩 내용을 다 받아적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수첩에 기재된 롯데 관련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은 신 회장과 소 사장 뿐이다. 신 회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기재한 기억이 없어 소 사장을 통해 들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신 회장 측은 또 박근혜-신동빈 단독면담을 마친 뒤 박 전 대통령이 면담 내용을 불러줘 자신의 업무수첩에 기재했다는 안 전 수석의 증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는 통상 전화로 불러주는 경우가 많아 전화로 알려줬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통화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니 박 전 대통령이 면담 직후 자신에게 직접 불러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통상적으로 전화를 통해 많이 얘기 해서 그렇게 대답했다”며 “통화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럼 직접 불러줬다고 말한거 같다.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신문을 마무리 지으면서 “대부분 판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뚜렷해지는 건 거짓말의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과연 안 전 수석의 증언이 신빙성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2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특검과 검찰, 관련 재판에 출석해 조사 받은 것이 120여차례 된다”며 “이 사건의 중차대함을 알기 때문에 사실만을 이야기하려고 무수한 곤욕을 견뎌냈다. 마치 제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압박하는 것은 제가 오랜기간 모신 대통령에 해가 됨에도 사실만을 얘기하려는 것들이 부정되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과 관련자들의 증언, 검찰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 전 수석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판단할 방침이다. 오는 9일에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고 국정농단 관련 뇌물사건은 마무리, 11일부터는 신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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