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80%가 판문점 선언 지지하는데 한국당은 비판일색
지방선거 슬로건, 남북정상회담 비판발언에 당내 균열 고조
진화 나선 김성태 "남북정상회담, 의미있고 진전있는 회담"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지방 권력까지 넘겨주면 나라가 좌파 천국이 된다." , "남북정상회담 지지자는 좌파 뿐이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들이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색깔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보수층의 표심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역풍은 거셌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를 비판한 한국당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것. 색깔론을 더 강조하자니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쉬이 물러나자니 제1야당으로서의 면이 서지 않는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 공감대 주파수 못 맞추는 한국당…보수마저 등돌리나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직후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핵 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은 것이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돌입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2018.05.03 kilroy023@newspim.com |
또 같은날 한 일본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사람은 좌파 뿐"이라며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달랐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도는 90%를 넘어섰고, 보수층의 지지율도 80%에 가까웠다. 이념을 넘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그런데도 보수정당의 대표격인 제1야당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진 것.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이 '공감대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 한국당 의원은 "사실 홍 대표의 말도 발언 취지나 논리를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 표현 방식이 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데 너무 원색적인 표현의 비난만 늘어놓다 보니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사안은 3040 등 미래세대를 위해 하는 일인 만큼 보수정당으로서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아야 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당 내부에서도 갈등 고조…남경필·강길부 등 의원들과 설전
최근에는 당내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강길부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며 연일 설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 슬로건을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정했다.
그러자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한국당의 선거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슬로건은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지향하는 가치관과 언행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길부 의원은 더 나아가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그런데도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홍 대표가 이번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강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자신이 밀었던 군수가 공천되지 않았다고 탈당하겠다고 협박하던 분이 남북관계를 명분으로 내걸고 탈당하겠다고 한다"면서 "엉뚱한 명분 내걸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며 반박했다.
강 의원과 홍 대표은 서로 나가라며 이틀째 설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균열의 조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돌입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2018.05.03 kilroy023@newspim.com |
◆"남북정상회담, 의미있고 진전된 회담"…진화 나선 김성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이틀째 노숙 단식투쟁에 나선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의미있고 진전된 회담이었다"고 언급하며 "그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해야 할 일과 뒷바라지 할 일이 있으면 한국당이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무조건 깎아내리고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무조건 걷어차는 정치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국당을 둘러싼 세간의 비판을 인식한 듯한 발언이다. 당장 급한 불은 꺼보겠다는 시도지만,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이 다시 당내 균열을 봉합하고 보수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홍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최근 발언들과 당내 갈등으로 봤을때 선거가 끝나면 홍 대표에 대한 심판론은 물론 당 지도부가 전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