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김영희 교수와 '포항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소' 사이언스에 발표
지열발전소 시추 후 급격히 지진 횟수 증가...본진 전까지 150회
사실로 밝혀지면 신재생에너지 불신·주민보상 등 혼란 예상
"이 기회에 안전한 지열발전 방식 찾아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해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에 따른 유발 지진이었다는 요지의 국내 교수진 연구성과가 권위 있는 과학전문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26일자(현지시각)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 평가’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 이전에는 거의 없던 지진 활동이 건설 이후부터 포항 지진 본진이 일어날 때까지 150회나 발생하는 등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해 발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주장의 근거로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 시점의 일치 ▲물 주입정 위치와 가까운 진앙 거리 ▲물 주입정 깊이와 일치하는 진원 깊이 등을 제시했다.
논문 공동연구자 중 한 명인 이진한(60·사진) 고려대 교수는 2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15일부터 3일간의 지진 기록을 3차원 모형으로 만들어보니 포항지진과 여진이 일어난 위치가 전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정 근처"라며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만큼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 측에서 취득한 자료를 공유하고 그 자료를 분석해서 어떤 자료가 더 필요할지를 조사하면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진이 어떻게 유발됐는지 과정을 밝힐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은 앞으로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물을 안전하게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진 깊이가 10~20km 지점인 것과 달리 포항 본진 깊이는 4.5㎞로 4.3km인 지열발전소 주입정 깊이와 거의 같다. 2016년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 역시 14km 이하 지점에서 시작됐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2018.04.27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기자> |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요지다.
-연구 결과를 소개해 달라.
▲ 연구 성과는 딱 3가지다. 우선 하나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해 발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결론은 수리자극법에 대한 상식을 깨트렸다는 데 있다. 이제까지 심부 지열발전(인공)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압의 수리자극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규모 3.5 이상의 유발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상식이었다. 실례로 수리자극법을 써서 최대 지진으로 기록된 게 스위스 바젤 사례다. 지난 2006년 규모 3.4의 지진을 기록하면서 폐쇄됐다. 그 동안은 그 정도가 최대 지진 규모였는데 포항 지진은 그 상식을 깨트렸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 동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론과 경험에 바탕을 둔 관계식이 있었다. 그 식을 적용하면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포항에 주입된 물 양의 810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관계식도 이제 깨지게 됐다. 이렇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포항 지진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재작년에 발생한 규모 5.8 경주 지진이 계기가 됐다. 경주 지진의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경주 지진의 여진이 본진이 일어난 지역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전역에 걸쳐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항 쪽에도 이상하게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 혹시 경주 지진이 단층에 영향을 줘서 지진이 발생한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포항 쪽에 지진계를 깔게 됐다. 그 때 보니 포항에 지열발전소도 있더라. 잦아진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인지 경주 지진 영향인지를 규명해야 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마지막으로 물을 주입·배출한 건 9월18일이다.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두 달 전인데 유발지진이라기엔 너무 늦게 발생한 게 아닌가.
▲ 단층대에 물이 스며드는 구조가 고르지 않을 뿐더러 본진을 발생시키는 임계치까지 기체와 액체의 압력을 높이는 데도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팀의 논문에 나와 있듯 유도지진은 물 주입·배출 이후 몇 날 몇 주, 심지어 몇 달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바젤에서는 10년도 더 전에 지열발전소를 폐쇄했는데 아직도 유도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수년간 수천t의 액체를 주입했던 외국 사례와는 달리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물을 4차례 정도 넣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물 주입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아직도 나온다.
▲ (이 교수는 미소를 짓더니 말없이 책상 한 쪽에 있던 포항 지진 모형을 내보였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15일부터 3일간의 지진 기록을 3차원 모형으로 만들어 봤다. 여기 선 두 개가 밑으로 내려간 게 보일 거다. 하나는 물을 주입하는 데고 다른 하나는 물을 빼내는 데다. 그 밑에 찍힌 점들은 포항 지진이 발생한 날부터 3일 동안 여진이 일어난 위치를 표시한 기록이다. 전부 물 주입정 근처에서 발생했다. 이만큼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지열발전은 유망한 신재생 에너지기술로 꼽혀 왔다. 지열발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유발지진이 발생하지 않게 설계할 수 있을까.
▲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포항이 직접적인 유발지진 사례였기 때문에 좋은 자료가 되리라고 본다. 여태까지 포항 지열발전소 측에서 취득한 자료를 공유하고 그 자료를 분석해서 어떤 자료가 더 필요할지를 조사하면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진이 어떻게 유발됐는지 과정을 밝힐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앞으로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물을 안전하게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7년 11월15일에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후 3일간 발생한 여진을 기록한 3차원 모형. 2018.04.27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기자> |
한편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독일 지질연구센터(GFZ), 영국 글래스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별도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논문도 국내 연구논문과 같은 날 사이언스에 동시 소개됐다.
지열발전은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재생 에너지로 지난 2012년 포항에서 첫 삽을 떴다. 지하 고온층의 열기를 이용하는 지열발전 특성상 화산지대에서나 이용되던 발전소가 세워진 첫 사례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추진되던 에너지 발전이 대규모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혼란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은 지난 3월부터 정밀조사를 시작했다. 연구단이 조사가 끝나는 내년 3월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탈원전을 표방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던 문재인 정부의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90명의 부상자와 500억원대 재산피해도 발생한 만큼 피해 주민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지열발전과 지진의 상관관계에 이목이 더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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