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300만원에서 44년뒤엔 20배 증가
작년 국가채무 660조→2060년 1경2099조
국가부채 급증, 후손에 빚더미 전가 우려
저출산·고령화로 채무 상환 능력 하락
잠재채무인 연금충당부채는 더 큰 문제
[세종=뉴스핌] 한태희·오승주 기자 =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출생한 김오륜(金五輪)씨는 2년전인 2016년 대한(大韓)이를 낳았다. 대한이는 태어나자마자 13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안았다. 대한이가 성장해 2050년 민국(民國)이를 낳는다면 민국이는 1억3860만원의 빚을 지고 태어난다. 대한이가 2060년 둘째 만세(萬歲)를 낳는다면 만세는 빚 2억7500만원을 짊어지고 세상에 나온다.
대한이와 민국, 만세가 태어나자마자 빚을 지고 태어나는 것은 오륜씨가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 탓이다. 지출이 많다보니 여기저기 돈을 마련해야 했다.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 결과 오륜씨는 손자인 민국이와 대한이에게 '억대의 빚'을 남긴 것이다.
이 사례는 '대한민국 국가부채'를 의인화한 것이다. 후손들이 태어나면서 울음소리를 터뜨리자마자 짊어져야 할 나라 빚이 2060년에는 1인당 2억7500만원이라는 이야기다.
◆아기들은 '국가부채 폭탄'을 안고 태어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의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사상 첫 1500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의 공무원 연금 충당액 등을 모두 합한 터라 1550조원의 빚이 당장 국가재정을 갉아먹거나 위협하지는 않는다. 기획재정부도 국가재정이 구멍나는 일 없이 재정추이 등을 잘 살핀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인구구조 등을 고려할 때 '안심하다'고 말하기 이른 측면이 많다. 최근 몇년간 법인세 등의 증가로 세수가 좋아 눈 앞에 시급한 '청년일자리' 등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풀고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재정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점점 줄고,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비경제활동인구는 늘어나면서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할 '정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5년 발표한 '2016~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부채는 2016년 1300만원에서 2060년 2억7500만원으로 증가한다. 44년만에 20배 가량 늘어난다.
일할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산출하면 더욱 심각해진다. 2016년 1700만원에서 2060년에는 5억 5000만원으로 32배 이상으로 폭증한다. 그 이후에도 증가세는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2060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60년 이후에도 국가채무 상환능력은 지속적으로 저하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세(2016년 3704만명→2060년 2187만명)가 인구감소(2014년 5080만명→2060년 4396만명)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크게 줄어들지만, 부양받아야 할 노인은 크게 줄어들지 않아 인구구조학적으로 미래세대의 국가채무 상환능력이 좀처럼 개선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우리의 아이들은 '거지꼴을 못 면할 다시 헬조선'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를 가능성도 크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국가부채 증가를 피할수 없고 미래세대가 떠안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며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1인당 부채가 자연스럽게 늘게 돼 미래세대가 도저히 부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작년 국가채무 660조원→2060년 1경2099조원…갚을 여력 될까?
국가부채는 공무원 충당금 등을 모두 더한 금액으로 2017년말 기준으로 1555조원이다. 국가부채 안에는 '국가채무'도 있다. 이는 정부 살림을 위해 국채 등을 발행해 메우는 나라빚이다.
이 국가채무도 한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더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다. 현재 인구구조학적인 추세로 가면 2017년 660조원에서 2060년 1경2099조원으로 불어난다. 1경은 1조원의 1만배, 1000조원의 10배다. 현재보다 국가채무는 50년이 채 되지 않아 18배 이상 늘어난다는 이야기다.(국가예산정책처, 2016~2060년 장기재정전망, 2015년 발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매년 수십조원 넘는 적자 살림을 이어간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적자는 18조5000억원(관리재정수지)이다. 재정 적자가 쌓이면 모자란 돈을 빚을 내서 메워야 하므로 국가채무도 함께 늘어난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년 전보다 33조8000억원 증가한 660조7000억원이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나랏빚이 600조원이든 1000조원이든 갚을 여력만 뒷받침되면 탈이 날 일은 없다. 문제는 빚 갚을 여력이 없을 때 생긴다. 국가채무 규모 못지 않게 채무 상환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채무 상환 능력은 떨어지는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전문가는 한국사회가 이미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저출산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3744만명에서 2065년 2062만명으로 뚝 떨어진다. 이 기간 65세 고령인구는 654만명에서 1827만명으로 약 3배 증가한다.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인구가 엇비슷해지는 셈이다.
이는 노동자 1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를 보여주는 총부양비는 2015년 36.2명이다. 2065년에는 총부양비가 108.7명으로 껑충 뛴다. 2065년이 되면 일하는 사람 10명이 아동과 노인 10.9명을 부양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상환 능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고령화는 국가채무를 급속도로 증가시킨다. 기초노령연금을 포함한 복지 의무지출의 가파른 상승으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 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16년 83조원이던 복지 의무지출이 2060년에는 882조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이 기간 국가채무는 627조원에서 1경2100조원으로 약 20배 가까이 뛴다. 국민 1명이 부담해야 할 나랏빚은 2015년 1300만원에서 2060년 2억7500만원으로 급증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로 1인당 부채가 늘어 미래세대가 국가채무를 부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잠재채무'를 어이할꼬…연금충당부채, 1년 새 93조 늘어 845.8조
국가채무 증가도 부담스러운데 정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라는 잠재채무도 떠안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에게 줘야 할 연금 급여를 부채로 인식해 계산한다. 이를 연금충당부채라고 한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보다 93조2000억원 늘어난 845조8000억원. 다만 846조원에 달하는 연금충당부채 전액을 국민이 오롯이 부담할 빚은 아니다. 공무원과 군인이 내는 보험료로 연금 급여를 준 후 부족한 금액을 정부가 보전금 형태로 채워준다. 법에 보전금을 주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 보전금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1년에 수조원 넘는 돈이 보전금 이름으로 투입된다. 모자라는 공무원연금을 채우기 위해 2016년 정부가 쓴 돈만 2조3189억원이다. 같은 기간 군인연금에 들어간 보전금은 1조3665억원이다.
정부 보전금은 국민이 낸 세금을 활용하므로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 보전금이 매년 증가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제도가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공무원연금개혁 백서'를 보면 국가 보전금은 꾸준히 늘어 2045년 10조원을 돌파한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군인연금 국가 보전금은 2045년 2조8000억원에 달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지금 손보지 않으면 1년에 수십조원 넘는 연금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잠재채무 규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부족분도 세금으로 메워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가 국민연금을 지급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가뜩이나 급증하는 국가채무로 골치 아픈데 잠재채무라는 시한폭탄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국민 등이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가채무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태평한 모습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 아래여서 건전하다고 설명한다. 연금충당부채도 확정채무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미래 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내년 국가 총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확 늘린다는 태세다.
전문가는 정부가 지금과 같이 수수방관하다가는 그리스, 베네수엘라처럼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가 국가 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천대 홍기용 경영학부 교수는 "초고령사회로 가면 지출은 계속 늘어야 하므로 국가채무도 자동으로 증가한다"며 "정부가 부채 관리를 특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연금충당부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군인연금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