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이후 6년이 흘렀다. 육아에 전념을 하던 김남주(47)가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다소 억척스러웠던 아줌마의 캐릭터들을 완벽히 벗어내고 복귀 작품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입었다. 그리고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치정 멜로’라는 단어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남주의 복귀 작품이었지만, 자극적인 타이틀로 더욱 화제를 모은 작품이 바로 JTBC ‘미스티’이다. 사실 김남주는 멜로 작품에, 그리고 팜므파탈에 도전하고 싶다는 하나의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번 작품을 통해 이룬 셈이다.
“‘미스티’처럼 치정 멜로는 아니어도 멜로는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팜므파탈 캐릭터도요. ‘내조의 여왕’을 찍기 전에 팜므파탈 캐릭터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앵커 역할도 탐났고요. 그런 작품이 이제야 저를 찾아왔네요. 하하. 찍으면서도 저한테 너무 늦게 찾아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조의 여왕’을 벌써 9년 전에 찍었는데, 그때 이런 작품을 만났으면 무게감과 깊이가 달랐을 것 같아요. 나이는 들었지만, 그 어떤 것도 다 만족스러운 상태에요.”
이번 드라마는 성공의 경계에 선 여자인 고혜란을 위한, 고혜란에 의한, 고혜란만의 드라마다. 그 정도로 김남주의 비중이 크고, 그가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셈이다. 여배우가 주연으로서 이정도의 압도적인 비중을 가진 작품도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제 분량이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그것보다 부담스러웠던 건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여자를 구사해야 된다는 거였죠. 거기에 완벽한 앵커에 멜로까지 더해지니까 부담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미스티’가 정말 욕심은 나지만 망설여졌어요. 공백기를 깨고 나갔는데 괜히 욕 먹을까봐 무섭더라고요(웃음). 남편 김승우 씨가 용기를 많이 줘서 덕분에 잘할 수 있었어요.”
김남주는 이런 역할을 위해 40대의 열정을 이 작품에 모두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진심이, 노력의 흔적이 대중에게도 통했다.
“현장에서 정말 제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외치고 다녔어요. 제 나이에 만나기 쉬운 작품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 정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고혜란을 표현하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준비하고 노력했고요.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그 노력의 대가에 대한 보상 같아요. 노력한 흔적을 알아봐 주시고 박수쳐주시는 것 같고요. 제 인생에 정말 기념비적인 드라마가 될 거예요. 또 정극으로 연기 재평가를 받았잖아요. 너무 행복해요.”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단순히 작품을 완주한 느낌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멜로 정극으로 다시 한 번 연기를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김남주의 여배우 인생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작품으로 남았다.
“보시기에도 저한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것 같지 않아요? 하하. ‘미스티’를 통해 주인공으로서 여배우의 나이를 연장시킨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은 여배우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여준 것 같고요. 연기 인생 24년 동안 지금이 제일 잘 나가는 것 같아요. ‘내조의 여왕’ 때도 아이를 낳고도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번에도 가정에서 엄마를 할 시기인데 커리어 우먼인 여성 캐릭터를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요. 그리고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자존감이 낮았던 제 자신에게 용기가 생겼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은 것 같고요.”
다수의 시청자들이 ‘미스티’의 탄탄한 스토리에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인기를 끌었다. 또 범인을 죽인 진범을 찾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시청자들 역시 덩달아 추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에 비해 지진희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요한 열린 결말은 짙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줏대 있게 끝까지 밀고 간 ‘미스티’ 작가도 대단했어요. 사실 시청자 반응에 결말을 바꿀 만큼의 시간이 없었어요. 하하.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와 색깔, 흔들리지 않는 결말까지. 작가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최고의 결말인 것 같아요. 최악의 비극이지만, 저희 팀 전체에는 최고의 결말인 셈이죠.”
이미지 변신도 성공적이다. 코믹한 연기를 주로 했던 김남주가 정극으로 연기력을 재평가 받았다. 이제 대중이 김남주에게 기대하는 것은 ‘차기작’이다. 그는 “부담이 돼서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진짜 못할 것 같아요(웃음). 고혜란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고 인상 깊어서 제 자신도 어떤 캐릭터를 만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걱정돼요. 제가 가진 능력은 물론 한계가 있는데 말이죠. 진짜 쇼킹하게 사극을 해야 되나 싶어요. 하하. 시청자 분들이 저한테 원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굳이 그런 걸 버리면서 새로운 파격 변신은 하지 않으려 해요. 조금 더 멋있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여자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탐정이나 변호사는 고혜란과 너무 이미지가 겹치죠? 이렇게 고민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기적처럼 생기면 바로 해야죠(웃음).”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더퀸A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