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 중국인들, 화장품 '싹쓸이' 구매
화장품 회사, 실적 올랐지만 품절·재판매 문제 '골머리'
[뉴스핌=김은빈 기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바쿠가이'(爆買い·싹쓸이 구매)로 일본 화장품 제조사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제조사들은 되려 '바쿠가이' 제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바쿠가이에 따른 '재판매'나 품절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 줄을 선 관광객들 <사진=뉴스핌> |
3일 아사히신문은 판클(FANCL)과 시세이도(資生堂) 등 일부 화장품 제조사들이 고객들의 구입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판클은 지난 2월 인기 상품인 '마일드 클렌징 오일'의 구입 수량을 '1주일 간 1인 10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제조사 시세이도와 코세(コーセー)의 자회사 알비온도 최근 일부 상품의 구입개수를 '1일 1개'로 제한했다.
이들이 수량 제한의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제 화장품은 인기가 높다. 시세이도, 코세, 포라(ポーラ) 등 대표적인 일본의 화장품 제조 3사의 관광객 판매액은 2015년 505억엔(약 5048억원)에서 2017년 939억엔(약 9387억원)으로 80% 급증했다. 이중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이다.
시세이도와 포라는 지난해 12월기 결산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세 역시 2018년 3월기 결산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광'에는 깊은 그림자도 따라왔다. 2015년부터 화장품을 '싹쓸이' 구매한 중국인들이 자국 인터넷 사이트나 드럭스토어에 저렴한 값으로 되파는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판클의 경우 정규 상품은 중국에 수출해 현지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수송비와 관세가 붙기 때문에 일본 현지 가격보다 비싸다. '싹쓸이 구매' 업자가 이 틈을 파고든 것이다.
이에 판클은 정규 판매점 외의 판매를 막기 위해 일부 상품에 판매개수 제한을 걸었다. 이미지 실추를 막고, 정규 판매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지 행정기관에도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시세이도와 알비온 측도 품질 등의 문제로 판매개수 제한을 걸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바쿠가이가 호실적을 뒷받침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재판매로 이미지가 나빠지거나, 품절이 빈발해지면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구입 제한 조치가 효과를 가질 지는 미지수다. 한 백화점 판매 담당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브로커들은 구입제한을 걸어도, 수십명의 여행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상품을 독차지해버린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판매처를 백화점으로 한정시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해도, 바쿠가이때문에 이상하게 재판매가 돼버린다면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화장품 회사들의 고민도 깊다. 지난달 27일 시세이도의 주주총회에선 일부 주주가 "대량으로 물건을 파는 면세점 등에 많은 상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우오타니 마사히코(魚谷雅彦) 시세이도 사장은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정했지만 일부 상품의 품절 문제를 인정하며 "현재 최대의 경영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