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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아니다" 현수막 내걸고 1인시위까지 나선 경찰 이유는?

기사입력 : 2018년03월26일 11:41

최종수정 : 2018년03월26일 11:41

경찰-자유한국당, 일주일 걸쳐 설전 이어가
일선 경찰들까지 현수막·1인 시위로 가세
'수사권 조정' 민감한 때..이철성 브리핑 주목

[뉴스핌=이성웅 기자] 경찰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당이 경찰의 '아킬레스건'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산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라는 글을 올렸다. 

<캡쳐=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페이스북>

앞서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22일 경찰을 두고 "광견병 걸린 정권의 사냥개"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양측의 설전은 지난 16일 울산 경찰이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김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도 출마할 예정이다. 

앞서 울산 경찰은 지난 1월부터 김기현 시장의 형제들과 비서가 아파트 건설 업체 선정 비위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울산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만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는 줄 알았는데 경찰도 이제 발 벗고 나선 것을 보니 검경 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상수 수습기자 kilroy023@

장제원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황 청장이 더불어민주당측 울산시장 유력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를 세 차례에 걸쳐 만났다"며 "황 청장이 정권과 유착해 정치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최대 현안인 수사권 독립 문제를 언급하며 "권력에 굴종하는 경찰을 어떻게 믿고 수사권을 독립시켜 주겠느냐. 수사권 독립을 먼 미래의 과제로 돌리겠다"라고 말했다.

제1야당이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 문제까지 언급하자 황 청장도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압수수색일자가 공천일과 겹친 것은 경찰이 의도한 바가 아니며, 송철호 변호사와 만난 것도 수사에 들어가기 한참 전이라는 것이다.

일선 경찰에서는 한국당의 공세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경찰관은 25일 부산 사상구 장제원 의원 사무실 앞에서 경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두고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라고 비난한 데 대해 경찰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 외벽에 장 대변인의 발언에 항의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또 서울 연신내지구대 건물 앞에는 '돼지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한국당을 비난했다.

경찰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향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 발표가 오는 4월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에 유리할 수 있는 빌미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각각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업무보고에 나와 서로 다른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해 여전히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또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한 것도 경찰이 목소리를 내는 데 한몫했다. 청와대가 검사의 권한을 축소하면서 수사권 조정이 상대적으로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황 청장은 반박글에서 한국당을 향해 "수사권조정 등과 연결시키겠다며 부당한 압력이 느껴지도록 위협하는 것은 비리수사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가질 예정으로, 검경수사권 조정 및 자유한국당의 갈등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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