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지금까지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잖아요. 이제는 그 울타리에서 나와서 신혜선이라는 사람 혼자 가는 거라 기쁘면서도 두려워요.”
신혜선(29)이 배우 인생의 첫 번째 황금기를 맞았다. 첫 주연작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서다. 지난 11일 종영한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45%를 돌파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혜선이 있었다. 극중 신혜선은 타이틀롤 서지안을 열연, 이 시대 청년의 애환을 대변하고 진짜 삶과 진짜 행복에 대해 말했다.
“촬영만 8개월을 했어요. 하면서는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니까 찰나처럼 느껴져요.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죠. 확실한 건 지안이를 통해서 많이 배웠다는 거예요. 가족의 소중함도 깨달았고,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웃음) 생각도 들었죠. 또 신혜선이라는 사람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아직 정확한 답은 찾지 못했어요. 마음이 편한 것,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이 행복이라는 정도뿐. 이 답을 계속 찾아가는 게 인생이겠죠?(웃음)”
모든 주말극 주인공이 그러하듯 서지안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부도, 극심한 취업난, 예상치 못한 출생의 비밀, 불행의 씨앗이 된 어머니의 거짓말, 자살 기도,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아버지의 암 진단까지 뭐 하나 평탄하게 흘러가는 게 없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겪어보지 않은 감정이고 워낙 스페타클하잖아요. 그래서 대본을 많이 읽는 수밖에 없었죠. 근데 또 생각하는 건 힘들어도 막상 촬영 들어가면 괜찮았어요. 이미 지안이에게 감정 이입이 많이 돼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죠. 감정 소모요? 컸죠. 힘들었어요(웃음). 근데 그거보다 재미있다는 감정이 더 컸어요. 그래서 지안이를 연기는 전 즐거웠죠. 몸은 힘들어도 내내 행복했어요.”
서지안은 신혜선이 아닌 시청자들에게도 때때로 행복감을 줬다. 고된 삶 속에 놓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늘 ‘서지안다웠’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승부 근성 강하고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특히 상대가 누구라도 해야 할 말은 하는 용기와 소신이 있었다.
“하면서도 부러웠죠. 실제 저는 전혀 용감하지 않거든요. 심장이 콩알만 하죠(웃음). 스릴러 영화도 결말을 알고 보고 드라마도 완결이 나야 볼 정도로요. 전 그냥 마음 편한 게 좋아요. 불안할 때 가슴이 콩닥거리는 그 느낌이 정말 미치겠죠. 그래서 결과를 알 수 없는 인생에 고민이 많나 봐요(웃음). 그래도 나름 최대한 용감해지려고 노력 중이죠. 사회생활을 하고 어른이 되면서 꼭 할 말은 해야겠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요.”
이외에도 신혜선은 서지안을 통해서 배우고 느낀 많은 것을 공유했다. 그건 연기적 성장이기도 했고, 개인적 성장이기도 했다. 물론 제3자가 본 신혜선이 서지안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따로 있다. 대중적 인지도. 그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던 신혜선은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20대 대표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섰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감개무량해요. 좋은 분들을 만났고 운도 좋았죠. 이 일이 노력은 필수고 운도 필요하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꿈을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하면서 다행이다 싶죠.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잘 밟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할 일은 역시나 노력하는 거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으니까 잘할 수 있도록. 어쨌든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처럼 잘할 수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죠.”
차기작은 정해졌다. SBS 2부작 드라마 ‘사의 찬미’다. ‘사의 찬미’는 소프라노 윤심덕이 1926년 발표한 음반. 1991년 장미희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뮤지컬로도 제작된 바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윤심덕, 김우진의 사랑과 시대를 앞서간 두 아티스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할 예정. 신혜선은 윤심덕 역을 맡아 김우진 역의 이종석과 호흡을 맞춘다.
“방영 날짜는 미정인데 촬영은 4월부터예요. 조금 급하게 들어간 감은 있지만, 단막극이라 제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괜찮지 않을까 해요. 무엇보다 ‘사의 찬미’ 윤심덕 역은 데뷔 전부터 하고 싶었거든요. 배우를 한창 꿈꿀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의 러브스토리를 듣고 드라마가 된다면, 그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근데 마침내 실체가 눈앞에 나타난 거죠(웃음). 안할 이유가 없었어요. 놓치고 싶지 않았죠.”
‘사의 찬미’ 촬영 틈틈이 다음 작품 검토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높았던 드라마 인기만큼 신혜선을 향한 업계 러브콜도 쏟아지는 상황. 장르, 캐릭터, 매체 불문하고 좋은 작품을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 나이 서른을 맞이했으니 배우가 아닌 개인 신혜선으로서 건강한 30대를 시작하고 싶다.
“조금 색다른 걸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집순이라 활동량이 많지 않아요(웃음). 운동도 되게 싫어하고요. 근데 요즘 스포츠를 배워볼까 싶죠. 이번 ‘황금빛 내 인생’ 포상휴가 때 괌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세상에 생각보다 재밌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죠(웃음). 그래서 그런 운동을 하나 시작해서 건강한 30대를 보내고 싶어요. 물론 내면도요. 내면이 먼저 건강해야 육신도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YNK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