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문화계·연극계·영화계를 휩쓸었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가요계에도 불고 있다. 최근 아이돌과 관련된 성폭력 피해 사례와 데이트폭력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씨가 커지고 있다.
◆성추행부터 데이트폭력까지…던말릭·남궁연·강태구
가요계 첫 ‘미투’는 지난달부터 확산됐다. 지난달 20일 한 트위터리안은 “소속사 수장은 페미라는데, 소속 래퍼라는 놈은 여고생 불러다가 성추행하고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트위터리안은 자신의 지인의 이야기라고 밝히며, 던말릭과 소속사 데이즈 얼라이브를 초성으로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데이즈얼라이브 측은 소속사에서 던말릭 방출 사실을 밝혔다. 던말릭 역시,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년 12월경 한 팬분과 만남을 가졌다. 이때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한다”며 모든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던말릭은 지난 12일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던 것을 번복하며 “위 여성분은 저와 동갑내기로서 서로 합의에 의해 정상적인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 소속사를 꼽았다.
던말릭은 “처음 트위터 폭로가 있은 직후, 저는 소속 레이블의 요청에 따라 부득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죄의 글을 올린적은 있으나, 당시 너무도 갑작스레 발생한 일이나 일단 겁이 많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 억울한 단순 성범죄자로 남을 수 없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최근 여성 두 분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위반)으로 고소하였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묵묵히 수사에 임하여 진실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던말릭은 SNS을 통해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두 명의 여성과 나눈 채팅창을 캡처해 공개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반면 전 소속사 측은 던말릭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전 소속사 측은 “처음 고발 트윗을 접한 21일 밤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메시지로, 전화통화로, 다자간통화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미성년자인 피해호소인의 고발내용을 던말릭이 모두 인정하며,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 함께 퇴출에 동의하였다”고 강조하며 진실공방에 대한 진흙탕 싸움을 예고했다.
드러머 남궁연도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가요계에 큰 파장을 불렀다. 지난달 28일 한 네티즌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남궁연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남궁연 측은 모든 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7일까지 남궁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다섯 번째 피해자가 등장했다. 다섯 번째 피해자는 SBS 뉴스를 통해 “2000년대 중반 남궁연이 지압 치료를 해준다며 안마를 해줬고, 유사 성행위로 이어졌다. 거절하면 욕설이 날아왔다”고 폭로했다. 또 남궁연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남자 목격자가 JTBC ‘뉴스룸’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궁연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강태구가 전 여자친구 A씨에게 남긴 입장 <사진=강태구 트위터> |
가수 강태구는 데이트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강태구의 전 여자친구는 자신의 SNS를 통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략 3년 반의 연인관계를 이어나가는 동안 그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강태구는 사과의 말과 함께 전 여자친구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돌의 성추행?…잇따른 2차 피해자 이창민·산들
가요계에서 ‘미투’가 확산되자 아이돌 역시 불씨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6일에는 아이돌 가수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 관련 글이 게재됐다. 글을 게재한 피해자 A 씨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그 겨울날 장위동의 한 PC방에서 너는 할 얘기가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해당 글은 다음날(7일) 삭제됐으며, 많은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돌 B 씨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투 가해자로 잘못 지목된 산들(왼쪽), 이창민(오른쪽) <사진=산들 인스타그램, 뉴스핌DB> |
이것 외에도 또 다른 아이돌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9일 현직 아이돌 그룹 보컬 C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 D 씨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돌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사실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다. 바로 이창민과 B1A4 산들.
이창민 측은 “잘못된 군중심리로 전혀 연관이 없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 또한 다시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당사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B1A4 산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아이돌 미투 가해자는 저희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다.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 하도록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아이돌 미투에 대해 추측성 글이 난무하면서 가해자건 피해자건 또 다른 피해를 낳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니셜로 이름을 가리지 마라. 실명을 공개해야 2차 피해가 안생긴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현재 가요계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각 소속사에서 아이돌 및 아티스트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돌의 경우 팬덤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각 소속사에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