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준 국조실 경제조정실장, 53세 나이로 별세
서울 자택서 잠을 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
빈소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8호실
[세종=뉴스핌 이규하·한태희 기자] 두터운 신망과 빈틈없는 일 처리로 유명한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의 비보가 전해지면서 관가는 침울한 분위기다. 최근 숨을 거둔 부처 공무원 소식에 이어 고위직 관료까지 숨지면서 공직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최근까지 가상통화 관련 대책을 담당하던 정기준 경제조정실장이 53세의 나이로 18일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한 각 부처별 공무원들로서는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실장을 옆에서 쭉 지켜봤다던 한 공직자는 “일 하는 것과 관련해 철저한 분”이라며 “법학도로 법치 행정에 관심이 많아 법에 근거한 행정업무로 꼼꼼하게 일하신 분”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기재부 시절 측근이던 한 후배는 “꼼꼼한데다 예민한 분”이라며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배는 “저하고 살갑게 잘 지냈다”며 “과기부에서 넘어와 기재부에 확실히 정착하셨던 분인데, 총리실에 넘어가서 업무 부담이 많았다고 들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뉴스핌DB> |
문재인 정부 들어 국조실은 적폐청산, 반부패 개혁 추진과 신고리 원전 공론화 등 국민 참여 확대에 주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경제조정실장에 임명됨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론화위원회 조정업무를 맡는 등 산적한 업무량을 소화했다.
산제된 정책 현안 속에 파묻혀 조정업무를 소화하다보니 경제조정실장 임명 3개월 뒤에야 출입기자단들과의 공식 정책현안간담회를 연 일화도 회자되곤 한다.
그를 옆에서 봐온 직원들은 이구동성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을 꼽고 있다. 특히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시절 성과연봉제를 비롯해 국조실 가상통화 대책까지 일복(?)의 연속성을 언급하는 이가 많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 충돌과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국민통합을 촉진하는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에서 2016년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자리로 컴백한 그는 현안이 집중되는 그야말로 ‘핫이슈’ 업무가 상당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간시점인 공공정책국장 시절에는 핫이슈인 성과연봉제와 공공부문 개혁을 맡아왔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가 도마 위에 오르던 시점에는 국회와 정책 브리핑을 통해 정부 입장을 전하는 등 밤낮이 없었다는 게 최측근의 전언이다.
이후 국조실로 자리를 옮긴 정 실장은 신고리 원전 공론화에 이어 범정부 가상통화 대책을 조율해왔다.
‘오락가락’ 정책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에도 가상통화 관련 부처 간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며 컨트롤타워를 자처한 인물이다.
안팎에서는 거듭되는 현안업무에 쉴 틈도 없이 범정부 가상통화 대책을 담당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조실 한 관계자는 “정 실장은 누굴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누던 꼭 수첩에 적시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라면서 “정책 업무로 만나는 외부 자리에서도 일일이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가며 외우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A부처 고위 공무원은 “사망원인은 경찰조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며 “국조실 자리가 모든 현안이 집중되는 자리다. 아까운 사람 한 분 가셨다”고 애도했다. 이계문 기재부 대변인은 정기준 실장 조문과 관련해 “유동적이나 부총리는 오늘 밤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6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관(40)과 지난해 1월 세 자녀의 엄마인 보건복지부 사무관(35)이 과로사로 숨을 거둔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인 권모 과장(57)이 세상을 떠났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