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장 지원한 오키나와현 지사의 입지도 위태
일본 정부·여권은 "미군 기지 이전에 속도 내겠다"는 입장
[뉴스핌=김은빈 기자] 일본 오키나와(沖縄)현 나고(名護)시 시장 선거에서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에 반대한 현직 시장이 패배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미군 기지 이전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5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열린 나고시장 선거에서 여권을 등에 업은 무소속 도구치 다케토요(渡具知武豊) 후보가 당선됐다. 3선을 노린 이나미네 스스무(稲嶺進) 현 나고시장은 고배를 마셨다.
4일 오키나와현 나고시 시장 선거에 도구치 다케토요 후보가 당선됐다 <사진=NHK> |
이번 나고시장 선거는 미군 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여권과 이에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 간의 대리전이었다.
오나가 지사의 지원을 받은 이나미네 시장이 패배하고, 여권을 등에 업은 도구치 후보가 승리하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나미네 시장의 패배로) 정부가 헤노코(辺野古)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한층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며 "가을에 예정된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헤노코 공사를 진행시키는 데 있어서 나고시와의 협의가 장애물이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협의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헤노코 연안부 매립공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나고시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었다. 공사를 위해선 매립 예정지의 하천 물길 변경 등 나고시의 동의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나미네 시장은 오나가 지사와 마찬가지로 기지를 이전하려는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다.
당선된 도구치 후보는 미군 기지 이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여당에 지원을 받은 만큼 현 시장보다는 정부에 협조적일 전망이다.
도구치 후보 당선 소식에 자민당의 시오노야 류(塩谷立) 선거대책위원장은 "미군 기지 문제와 지역 경제, 교육, 복지를 양립하자는 도구치 후보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미군 기지 이전은 지금까지 계획했던 대로 진행시킬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나고시 선거 결과로 오나가 현지사의 입지도 불투명해졌다. 신문은 "(이나미네의 패배는) 미군 기지 이전 반대라는 민의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오나가 지사로서는 가을에 열릴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 큰 불안을 드리우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도구치 후보는 "시민들 사이에 현재의 나고시 시정으로는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나고시의 경제 발전을 호소했던 점이 지지를 모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