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웅인(왼쪽부터 세번째 부터), 황정민, 김여진을 비롯한 출연진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차드3세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황수정 기자] 흘린 땀방울만큼이나 자신감으로 가득찬 배우들이 연극 '리차드 3세'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연습실에서 연극 '리차드 3세' 연습실이 공개됐다. 이날 연습실 공개 행사에는 배우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등 배우들이 전원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을 펼쳤다.
이날 시연은 6장부터 13장까지로, 자신의 형제들은 물론 조카와 신하들까지 죽이며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리차드의 잔혹한 암투가 펼쳐지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펼쳐졌다. 배우들은 다소 산만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단숨에 몰입하며 40여분 간 열연을 펼쳤다.
'리차드 3세'는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가장 매력적인 악인으로, 못생긴 얼굴과 움츠려든 왼팔, 곱사 등 신체적 불구자임에도 이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감각, 탁월한 리더십으로 경쟁구도의 친족들과 가신들을 모두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연출을 맡은 서재형은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마친 제안이 왔다. '리차드 3세'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작품을 빛나게 한다. 황정민이 한다길래 연출로서 공부도 될 것 같고 관객들과 좋은 만남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배우 황정민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차드3세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10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황정민이 원캐스트로 열연한다. 그는 "요즘 원캐스트를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원래는 원캐스트를 해야 한다. 배우의 자존심이자 역할에 대한 자존심이다. 관객과의 약속이자 책임감이다. 원캐스트의 호흡,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영화를 찍을 때는 짧은 호흡이었는데, 긴 호홉의 연극을 많이 잊은 것 같았다. 연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민의 역할이 막중한 가운데, 함께 연습하는 배우들은 입을 모아 그를 '연습벌레' '질린다' '연습실에 산다'라고 말했다. 건강을 우려한 정웅인이 포도당을 선물했을 정도. 서 연출은 "연습 중에 틀리면 벽 보고 욕도 하고 불만도 많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래서 영화가 잘 되는 구나 싶다. 연극도 잘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와 함께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반전매력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배우 정웅인을 비롯해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김여진이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정웅인은 에드워드 4세로, 김여진은 엘리자베스 왕비로 분한다.
김여진은 "정웅인 배우는 어마어마한 발성의 소유자다. 대극장에서 빛이나는 배우"라며 "존경하는 배우분들과 같이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하면서 오히려 내가 기를 받아서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김여진(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차드3세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사실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으로 고어체에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무대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서 연출은 "삐뚤어진 자가 왕좌를 꿈꾸고, 문제가 생겨도 멈추지 않고 질주하면서 더욱 악랄해진다. 지금 우리도 어딘가 삐뚤어져 있고 또 꿈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나. 왜 우리는 달릴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최선을 다해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황정민 역시 "누구나 자신이 가진 욕망이 있다. 대본 중에 '내가 지은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는 대사를 좋아한다. 지금 시대에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을 손가락질 하는 건 쉽지만 입장을 바꾸면 그러질 못할 것"이라며 "작품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 '리차드 3세'는 오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