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요! 일주일에 세 번은 먹어야지 한 주 동안 속이 편안해요.”
삼양 불닭볶음면에 빠져 있는 열렬한 중국 소비자가 필자한테 한 말이다. 삼양식품이 개발한 불닭볶음면의 2017년 수출액이 약 1500억원인데 그중 중국 수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사드로 인해 한국제품 매출이 급락할 때, 불닭볶음면은 거꾸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제조사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초기 중국 유통을 견인했던 회사가 있다.
바로 중국 내 한국식품 수입유통 전문회사인 해지촌(대표 곽동민)이다. 이 회사는 작년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도 불닭볶음면을 매월 30~40개 컨터이너씩 수입해 중국에서 유통시켰다. 2003년 산둥성 칭다오시에 설립된 해지촌은 현재 상하이, 둥관, 선양, 충칭 등에 5개 지사를 운영하며 1000여 종이 넘는 한국식품을 수입, 유통하고 있다.
해지촌의 중국 내 한국식품 유통채널은 매우 방대하다. 대형마트·백화점 1300여 개, 한인마트 2200여 개, 한국식당 1300여 개, 유아용 매장 2000여 개, 편의점 1000여 개, 온라인 100여 개 등을 통해 한국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2, 3선도시 도매시장에도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 각광받는 K-푸드 |
곽동민 대표는 우리 K-Food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핵심 포인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반드시 차별화된 리딩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사드 할아버지가 와도 불닭볶음면은 지속적으로 팔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삼양 불닭볶음면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작년 7월 출시돼 히트 치고 있는 ‘마라 불닭볶음면’은 한국적인 매운맛에 중국 사천성의 매운맛인 ‘마라’를 가미한 제품으로 대표적인 중국향 한국식품이다.
◆ 성공 제1법칙 '중독 마케팅'
‘마라’는 마비를 뜻하는 ‘마(痲)’와 맵다는 뜻의 ‘랄(辣)’이 합쳐진 ‘마랄’의 중국식 발음으로, 마취를 한 듯 입안이 얼얼한 매운맛을 뜻한다. 한국의 매운맛과 달리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으로 중독성이 강해 중국 소비자들이 더욱 좋아한다. 사드 보복 기간에도 중국 대형매장이 적극적으로 불닭볶음면 시식행사를 하자고 한국기업에 요구할 정도다.
중국에서는 제품 하나만 성공해도 시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해지촌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불닭볶음면의 후속작은 바로 ‘한국식 국수’. 중국식 국수는 면이 퍽퍽하기 때문에 충분히 중국인들의 수요를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곽 대표는 강조했다.
둘째, 패키지의 다양화로 승부해야 한다. 중국 소비자의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외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처음 중국 시장에 출시할 때 패키지의 소형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진주햄의 천하장사 소시지의 경우 20개, 50개, 100개 들이 제품을 처음 수입해 대형마트에 내놓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처음 보는 한국산 소시지를 소비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대형 포장을 뜯어 낱개로 개당 1위안씩 팔았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가격부담 없이 애들한테 한 개씩 사주게 되고, 그것을 먹어본 아이들이 ‘好吃!(맛있다!)’를 외치며 더 사달라고 부모한테 조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번들제품들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외국산 식품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패키지의 다양화, 소형화가 중요하다.
셋째는 최근 급부상하는 약국체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 약국에서는 생수, 휴지, 식품, 화장품 등 마트에서 파는 생활용품 대부분을 함께 취급한다. 중국의 의료보험은 지역마다 달라 베이징의 경우 급여의 12%(기업부담 10%+개인부담 2%) 정도 납부하는데, 그중 일부 금액을 개인 의료보험카드(医疗保险卡)에 현금으로 넣어준다. 이 카드는 병원과 약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병원이나 약국을 자주 이용하지 않으면 현금이 의료보험카드에 누적된다. 적립금이 한화 1000만원 이상인 사람도 많다. 이들은 적립금으로 약국체인에서 식품, 생수, 화장지 등 일반 생활용품을 구입한다. 어차피 적립금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약국체인에서는 제품 가격에 대한 저항선도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소시지의 경우 슈퍼나 매장에서는 10위안에 판매되고 약국체인에서 12위안에 판매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중국의료보험카드 |
◆규정을 지켜라, 정공법이 최상책
넷째, 기업적 형태의 소비자 투서에 조심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바로 ‘소비자 투서’다. 소비자 투서가 개인을 넘어서 점차 기업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기업을 ‘企业打假人’(소비자 투서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라고 한다. 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찾아낸 다음 10배 이상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일종의 ‘식품 파파라치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중국 국가표준에 의한 성분명칭 표기, 한·중 양국 간 성분 사용가능 확인, 포장지 표기성분 개수와 실질 번역된 중문 표기 개수 비교 등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 배상금을 받아낸다. 해지촌도 최근 중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표기성분 개수 문제로 소비자 투서에 의해 10배 배상을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라면에 솔빈산 칼륨이라는 일종의 ‘나트륨’ 성분이 들어가지만 중국 라면에서는 이 성분을 사용할 수 없다.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문 라벨링이 부착돼야 하는데, 그 중문 라벨링을 제거하고 솔빈산 칼륨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어 성분 표기와 중문 라벨링 표기의 차이점을 찾아내 해당 기업에 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고의적으로 식품 생산일자를 삭제하고 배상을 요구하거나, 중문 라벨을 제거한 후 미부착했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중국 광고법이 강화돼 과대광고 및 표현에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최고의 품질’, ‘더 쫄깃쫄깃한’ 등과 같이 ‘가장, 최고, 더, 저염’ 등의 표현을 쓰면 법에 저촉된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소 20만위안(약 3500만원)의 배상을 해야 한다. 해지촌도 홈페이지에 사용한 ‘가장 안전한 먹거리 식품’이라는 문구 때문에 전문 식파라치 기업에 의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곽 대표는 토로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