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9시 전화시도 무응답, 北 9시 30분 전화 걸어와 성사
통일부 "큰 문제 아냐…출퇴근 때 주도권 바뀌어 '피장파장'"
[뉴스핌=노민호 기자]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후 남북대화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푼 지 하루 만에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 간 표준시가 변수로 떠올랐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3시34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 우리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사진=통일부> |
◆ 南 9시 전화시도 무응답, 北 9시 30분 전화 걸어와 성사…주도권 실랑이?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4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남측에 연락을 취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오전 9시 한국 정부가 먼저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북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과 한국의 시차는 30분이다. 이는 북한이 201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 시절 빼앗긴 표준시간을 되찾는다며 표준시를 30분 늦춘 '평양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연락을 시도해 왔다. 이에 비춰봤을 때 북한이 이날 9시 30분에 연락을 취해온 것은 그들 표준시를 적용해 움직이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2015년 8월 북한이 표준시를 변경하면서 가동 중이었던 판문점 연락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한국 측 판문점 연락관이 오전 9시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고 30분 뒤인 9시 30분에 개시통화를 걸어왔다.
이 같은 선례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종의 주도권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이는 실무적인 부분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북측과 조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북측의 연락을 기다려야만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전에는 홀수 날, 짝수 날은 누가한다고 협의해서 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는 상호 편리하게 룰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업무개시 부분만을 봤을 때 북측이 시간적으로 주도권을 갖는 듯해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퇴근 무렵에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니까 피장파장"이라며 "크게 신경 쓸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1992년 5월 7일 체결한 '남북연락사무소의 설치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연락사무소 운영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로 하고 쌍방이 협의해 운영날짜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일부 청사 내부./뉴스핌 DB |
◆ 남북 고위급회담 언급 없는 북한…"차분한 자세로 기다려야"
현재까지 북한은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제안한 남북 당국 간 고위급회담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는 일단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며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위급회담에 대한 응답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알려드릴 사안이 생기면 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문점 대화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북측과 어떤 얘기를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일단 북측이 어떻게 호응해 오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때문에 지금은 예단해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대방이 어떤 의중을 가졌는지를 판단, 이를 토대로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지시인 점을 언급하며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 남북회담 개최문제를 시급히 논의하겠다고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는 또 고위급회담이 성사돼 북측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오게 된다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카운터파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대표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저 정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회담의 성격, 의제 이런 것들을 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대표단을 꾸려온 그간의 관례 등을 참고해 대표단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