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예술의 상업화를 가속시킨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47)

“대통령도 나와 같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앤디 워홀의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현대 소비사회에서 대량 생산된 상품이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워홀의 코카콜라 그림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모두 마시는 '코카콜라'가 그 자체로 소비사회의 획일화된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나 같은 돈을 내고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다는 현대사회의 평등개념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은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다. 살아있는 동안 이미 전설이었던 그는 동 시대 문화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를 시각화해내는 직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대량생산이 특징인 현대문명을 받아들여 기계를 통해 무한히 복제되는 미술을 만들어냈다. 그림의 재료와 방식은 잉크에 의한 ‘실크스크린(silk screen)’ 기법이다. 실크스크린이란 판화기법의 일종으로 제작과정이 비교적 간편하고 일단 판이 완성되면 단시간 내에 수십 장을 찍어낼 수 있어 상업적인 포스터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본래 워홀은 예술이란 대중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대량 생산해서 싸게 팔았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서는 그의 작품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예술품이 되었다. 1963년에 제작된 《여덟 명의 엘비스(Eight Elvises)》라는 제목의 작품은 1억 달러에 거래되어 그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기타 주요 작품으로는 《캠벨 수프(Campbell's soup)》, 《금빛 마릴린 먼로(Gold Marilyn Monroe)》, 《재키(Jackie)》, 《마오(Mao)》, 《자화상(Self-Portrait)》 등의 실크스크린과 영화 《잠(Sleep)》, 《엠파이어(Empire)》, 《첼시의 소녀들(The Chelsea Girls)》 등이 있다.

워홀의 작품활동은 미술의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끝없는 부정과 도전이었다. 클래식미술과 대중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더 나아가 미술품을 상업시스템에 종속되는 상품으로 간주했다. 미술가의 위상을 대중적인 스타의 그것과 큰 차이 없이 규정하기도 했다.

워홀의 작품은 대중미술인 팝 아트(Pop Art)의 부류에 속한다. 팝 아트는 상업주의와 소비주의에 깊이 물든 사회의 문화적 산물이다. 워홀은 대량생산이 특징인 이 문화를 받아들여, 기계를 이용해 작업하는 실크스크린으로 작품을 생산했다. 그는 작업실의 조수들도 작품 제작에 참여시킴으로써, 의식적으로 완성작에서 미술가의 손길을 지워버렸다. 이처럼 원작자의 의도를 배제하는 방식 외에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대담하고 선명한 색채이다.

워홀은 창조와 창의의 개념을 편집과 재구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작품의 아이디어가 자신의 독창성에서 비롯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작품을 빈번히 차용했으며, 같은 주제를 무수히 반복하는 작품활동을 했다. 이들은 언뜻 보면 복제품 같은 작품들이지만 나중에는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된 어떤 새로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비슷한 프린트들을 반복하는 워홀의 수법이 기술발전으로 이미지가 대량 복제되면서 정작 개별 사건이나 인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 현대사회를 풍자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홀은 언제나 대중적인 화제를 작품의 오브제로 선택했다. 마릴린 먼로가 갑자기 죽자, 이를 소재로 작품을 대량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62년 8월 5일 마릴린 먼로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그녀를 소재로 해 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특히《금빛 마릴린 먼로》는 먼로를 대상으로 한 초상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Marilyn Monroe’, 실크스크린으로 다량 찍어낸 먼로의 이미지 <사진=이철환>

이 작품에서 먼로의 얼굴은 황금빛 공간에 둘러싸여 그 이미지가 끊임없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과장된 색은 비현실적이며, 웃고 있는 얼굴 또한 미디어에 비춰지는 하나의 정형화된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먼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의 상징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물론 그림 속 그녀의 환한 미소가 한없이 덧없게 느껴지는 것은 그 어디에도 진실은 없고 단지 허상만을 좇는 우리 삶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워홀은 또 실험적인 전위 예술가였다. 그의 작품 중에는 《13명의 수배자들(thirteen most wanted men)》같이 당대의 흉악범죄자들을 벽화로 만들거나, 비행기 추락 등 언론에 보도된 대형사건 사진을 ‘마릴린 먼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러 번 반복해서 프린트한 것이 다수 있다. 1970년대 말에 제작된 《산화 그림 (Oxidation Painting)》은 원래 ‘오줌 그림’으로 명명되었는데, 이는 물감에 금속가루를 섞어 칠한 캔버스에 오줌을 갈김으로써 제작된 전위예술 작품이다.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1928년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허름한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슬로바키아 북동부의 산악지대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온 이민자이다. 어린 시절 그는 매우 허약해서 걸핏하면 아팠다. 여덟 살 때는 류마티스성 열에 의해 생기는 병 때문에 거의 1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 시기에 그는 어머니와 아주 가까워졌다.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애지중지했으며, 만화책, 색칠하기 책, 영화잡지 등을 사주었다. 이 시기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워홀은 카네기 멜론 대학에 진학해 광고예술을 배운 후 1949년에 졸업했다. 1952년에는 신문광고 미술 부문의 아트 디렉터즈 클럽상을 수상했다. 이후 상업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전업 예술가로 전직했다. 1960년 그는 미술의 세계로 발을 옮겨서 배트맨, 딕 트레이시, 슈퍼맨 등의 만화들을 모티브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한 뒤에 여기서 손을 뗀다. 1961년 33세의 워홀은 캔이나 달러 지폐를 모티브로 해 팝아트를 탄생시켰다.

워홀은 1964년부터 뉴욕에 《팩토리(The Factory)》라는 스튜디오를 짓는다.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장(factory)'이라고 불렀다. 팩토리는 알루미늄 포일과 은빛의 그림물감으로 덮인 공간이며, 마치 공장에서 대량생산 하는 것처럼 작품제작을 이미징하여 만들어졌다. 그는 여기서 예술 노동자를 고용해, 실크 스크린 프로세스 프린트, 구두, 영화 등의 작품을 제작한다.

작업실이자 사회적 안식처였던 워홀의 '팩토리'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여기서 할리우드의 전위적인 엘리트들부터 대중아티스트와 별난 보헤미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룹사운드 롤링 스톤즈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들, 작가 트루먼 커포티, 모델 에디 세즈윅 등도 모임의 주요 인사들이었다. 나중에는 사교장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각종 난잡한 행동과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이상야릇한 변태적인 삶 속에서 그는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워홀이 40세가 되던 1968년 6월 3일, 발레리 솔라나스라는 여성으로부터 권총 피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여성은 급진적 페미니스트 작가였는데, 워홀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그에게 총을 쏘았던 것이다.

솔라니스는 팩토리에서 나오는 워홀을 기다려, 방아쇠를 당겼다. 두 발의 총탄이 워홀의 복부와 목을 관통했고, 응급 수술 뒤 그는 두 달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워홀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

워홀은 할리우드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사무실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컬러사진과 함께 언론보도 사진에서 스크랩한 방대한 컬렉션에서 뽑아낸 슈퍼스타들의 이미지를 네 가지 색으로 확대, 병렬하는 방식으로 장식되었다. 그 중에서도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브리지트 바르도의 이미지가 특히 많았다. 그의 컬렉션에는 골동품상점에서 구입한 할리우드 전기물 여럿과 커다란 스크랩북 세 개, 그리고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영화 속 스타들의 사진이 있었다.

1963년부터 1968년의 기간에는 60편 이상의 영화도 제작하였다. 그러나 실험영화 같은 작품이어서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 공개된 작품은 1966년 《첼시 걸즈(The Chelsea Girls)》이며, 가장 유명한 것은 잠자는 남자를 8시간 동안 계속 비춰주는 《잠(Sleep)》이라는 작품이다. 이후에도 영화 제작을 계속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악마의 죽음》과 《처녀의 생피》 등 공포 영화도 감독했다.

워홀은 실생활에서 평생 명성과 부를 좇았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으며, 작품을 주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인생 후반부에는 미술가이기보다는 사업가로 자신을 규정하기도 했다.
“사업미술(Business art)은 미술의 다음 단계이다. 또 나는 상업 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 예술가로 마치기를 기대한다.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 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Making money is art. And working is art. And good business is the best art.)”

작품활동에서의 기행에 비해 그의 사생활은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또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그리고 대단한 효자여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바로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와 함께 살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혼자 교회 다니시기가 불편할까 봐 교회에도 같이 다니곤 했다.

기행과 파격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던 워홀은 1987년 2월 21일, 뉴욕의 코넬 의료센터에서 담낭 수술을 받던 중 58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미래에는 누구든 15분간의 유명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 )”

“나는 자연을 소유하거나 파멸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탄소가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것처럼 자연 그대로가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만이 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모든 것들이 미술이며 삶은 곧 미술이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