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장밋빛 인생'을 노래한 뮤즈, 에디트 피아프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44)

상처 입은 영혼으로 태어나 몸조차 하늘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러나 목소리 하나만은 허락받아 그 소리로 세계대전 이후 어둠과 실의에 잠겨있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의 가슴 깊이 묻혀 있던 슬픔과 상처를 검은 상복을 입고 대신 노래하고 울어주었던 여인이었고, 평탄치 않았던 생애의 힘겨움을 노래로 풀었던 사람이며,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방황하던 여자였고, 자기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쓰러진 요정이었다. 에디트 피아프, 그녀의 일생은 한마디로 불꽃같은 삶이라 할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1915~1963)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겨울 파리의 빈민가에서 떠돌이 곡예사인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생후 2개월 만에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은 그녀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들의 손에서 자랐다. 가난했기에 그녀는 늘 병마와 기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탓에 성인이 되고도 키가 겨우 142cm에 불과했고 몸무게는 40㎏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자란 피아프는 열세 살이 되던 해부터 길거리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노래꾼이 되어야 했다. 길가를 떠돌다 16세에 한 남자를 만났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아기가 병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다. 슬픈 운명의 대물림 같은 삶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외로웠고 또 세상이 두려웠다. 그리고 사랑에 목말라 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한시도 견딜 수 없는 불안에 휩싸여 살았다.

부랑의 세월을 보내던 1935년 어느 날, 피아프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클럽 제르니의 사장 루이 르플레의 귀에 들려와 꽂혔다.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가 내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르플레는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에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면서 원래 이름인 ‘에디트 지오바나 가시옹(Edith Giovanna Gassion)’ 대신 ‘라몽 피아프(La Môme Piaf)’라는 새 이름을 주었다. ‘어린 참새’ 또는 ‘작은 참새’라는 뜻이었다.

글을 배우게 된 피아프는 자신의 슬픈 성장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그녀의 애잔하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애수의 감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또 무대 드레스로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는 무대에서 항상 검은 의상만을 고집했다. 검은 옷은 마치 자신의 피부와 같다고 말했다. 이후 이 검은 드레스는 내내 그녀의 상징이 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프랑스의 목소리가 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피아프의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이후 피아프의 명성은 멀리 미국에까지 퍼져나갔다. 1947년부터는 미국 순회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 그녀가 미국무대에 섰을 때 관중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 최고의 연예인이라는 여성이 너무 초라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은 이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조그마한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절창에 모두가 넋을 잃었다. 좋은 반응을 기반으로 피아프는 미국 최고의 무대인 카네기 홀에서만도 두 차례의 공연을 가졌다.

피아프가 한때 무대에 섰던 파리의 물랭루즈 <사진=이철환>

피아프의 이름이 널리 퍼지면서 한명의 남자가 운명처럼 찾아온다.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영화감독인 천재 예술가 장 콕토를 만나게 된다. 1940년 장 콕토는 피아프를 위해 극본을 썼고, 이의 성공으로 그녀는 배우로서도 인정을 받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26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생 좋은 친구로 지내게 된다.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인지 피아프는 남자 없이 지낼 수가 없는 여자였다. 그리고 이제는 꽤나 성공을 거둔 그녀에게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접근해 왔다.

그녀에게 있어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번째 남자는 이브몽탕(Yves Montand)이었다. 1944년 여름, 피아프는 카바레 물랑루즈의 무대에서 한 무명의 가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탈리아에서 온 부두노동자 출신 이브몽탕이었다. 29세의 파이프는 이 잘생긴 23세의 청년을 곧 자기 남자로 만들었다. 피아프의 후광 덕분에 이브몽탕은 1년 만에 가수 겸 배우로 크게 성장해 대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둘은 사랑싸움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 상처를 남긴 채 헤어지게 된다. 오늘날까지 애창되고 있는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라비앙 로즈, La vie en rose)》은 자신이 떠나보낸 연인 이브몽탕을 위한 노래였다.

내 시선을 내리깔게 만드는 눈동자
입가에 흩어지는 미소
이것이 나를 사로잡은
그의 수정하지 않은 초상화예요
그가 나를 두 팔에 안아줄 때
그는 아주 나지막이 속삭여요
그러면 나는 장미 빛 인생을 보게 되요
그는 나에게 매일 사랑의 말들을 속삭여 줘요
그런 것들이 나를 위대한 무언가로 만들어 줘요
한 아름의 행복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요
나는 그 행복의 이유를 알죠
이 인생에 있어서 그는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는 그를 위해 존재 한다는 사실을
그는 나에게 말해 주었고

그 사실을 목숨 걸고 맹세 했어요
그를 언뜻 보기만 해도
고동치는 내 심장을 느껴요

끝나지 않은 사랑을 나눈 밤들
커다란 행복이 그 자리를 차지해요
그러면 권태로움과 슬픔이 사라져요
그 사랑 때문에 죽을 만큼 행복해요

피아프에게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피아프가 가장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유부남 복서 마르셀 세르당(Marcel Cerdan )이었다. 세르당은 세계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프랑스의 권투영웅이었다. 이 둘의 사랑은 불륜이었지만 워낙 진지하고 뜨거웠기에 아름다운 영혼의 결합이라고 불리었다. 둘은 끊임없이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너를 알고 난 뒤로 나는 많은 것이 변했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천박하고 저속한 생각들을
네가 모두 가져가 버렸거든.
나는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거야. 나는 너를 존경해.
나는 결코 너에게 어울릴 만큼 충분히 아름다울 수는 없을 거야.
너의 영혼은 너무도 아름다우니까.
-에디트 피아프-

한낱 난폭하고 가엾은 권투선수일 뿐인 내가 당신 같은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다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남자야.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당신과 저녁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함께 잠들 사람은 바로 나야.
밤마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내 눈과 내 손에 키스를 해줄 사람,
진정으로 에디트 피아프를 가진 사람은 나야.
다른 사람들도 당신의 미소를 가질 수 있겠지만,
당신의 최고의 모습을 가진 사람은 바로 나야.
그래서 나는 어떤 경우에도 불평하지 않을 거야.
당신을 경배하고 사랑해.
-마르셀 세르당 -

그러나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짧았고 비극적이었다. 미국에서 공연 중이던 피아프는 파리에 홀로 남아 있던 세르당이 너무나 보고 싶었기에 한시바삐 자신을 만나러 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세르당은 피아프를 만나기 위해 배편을 이용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변경해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를 태운 비행기가 추락함에 따라 세르당은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피아프는 자신 때문에 세르당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프는 삭발을 한 채 무대에 올라 《사랑의 찬가 (Hymne a L'amour)》를 불렀다. 히트곡 《사랑의 찬가》는 이렇게 마르셀 세르당을 기리며 만들어진 노래였다.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사랑이 매일 아침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
내 몸이 당신의 손아래서 떨고 있는 한
세상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내게는 대단한 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만약 당신이 나를 원하신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어요

금발로 머리를 물들이기라도 하겠어요
만약 당신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하늘의 달을 따러, 보물을 훔치러 가겠어요

만약 당신이 원하신다면
조국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준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비웃는다 해도
나는 무엇이건 해 내겠어요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고 해도
만약 당신이 죽어서 먼 곳에 가 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 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에요
이제 아무 문제도 없는 하늘 속에서...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피아프의 마지막 남자는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준 21세 연하인 테오 사라포였다. 그와는 결혼까지 했다. 만년에 피아프는 돈과 명성은 얻었지만 점차 알코올과 마약에 찌들어갔다. 잇따른 연인들과의 이별, 건강악화, 불면증 등으로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그럼에도 계속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늙고 초췌해져 갔다. 그런 가운데 이루어진 이 결혼은 육체적 결합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스승이자 파리 최고의 디바(Diva)와 암 투병으로 죽어가는 스승을 지켜주는 충직한 제자와의 만남이었다.

마침내 피아프는 1963년의 어느 쓸쓸한 가을날 세상을 떠났다. 4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장례식 때 파리의 대주교는 그녀의 삶이 너무나 비기독교적이라는 이유로 장례집전을 거부했다. 그녀는 10명이 넘는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고, 이 가운데 두 번은 정식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으니 주교로서는 거부할 만도 했다.

그러나 일반 프랑스 사람들 중에는 피아프 그녀를 탕녀라고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장례식은 역사상 최고의 샹송 가수를 추모하는 열기로 뜨거웠고 또한 경건했다. 생전에 그녀가 자주 방문했고 친했던 외인부대 병사들도 그날만큼은 군복이 아닌 검은 옷을 입고 묘지에 달려왔다.
생전에 그녀가 즐겨 부르던 샹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마지막 가는 그녀에게 존경과 애정을 바치기 위해 장례에 참석한 조문객은 무려 10만 명에 이르렀다. 위대한 프랑스의 시인이면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위대했다. 피아프와 같은 여성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007년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담은 영화 《라비앙 로즈 (La vie en rose)》가 만들어져 상영되었다. 그 속에는 이런 명대사들이 담겨있다.
“죽음이 두려우세요?-죽음은 두렵지 않아요. 단지 외로움이 두려울 뿐이야!”
“여성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사랑”
“젊은 여성에게는요?-사랑”
“어린이에게는요?-사랑”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