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스타톡] 김선영 "언젠가 없어질 '여왕' 수식어…작품을 살리는 배우를 꿈꾸죠"

기사입력 : 2017년12월31일 14:00

최종수정 : 2018년01월02일 16:09

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벌써 18년차, 관록의 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햄릿:얼라이브'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레베카'를 거쳐 '햄릿' 무대에 오른 그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으로 출연 중인 김선영과 만났다. 극중 거트루드는 선왕의 죽음과 동시에 그 동생 클로디어스(양준모)와 결혼해 여왕의 자리를 지키는 인물이다. 때문에 아들 햄릿(고은성)의 원망을 사지만, 스스로와 햄릿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거트루드는 정확히 안다고 볼 수 있다.

"'햄릿'이라는 얘기를 무대에서 해보고 싶었어요. 또 준모랑 광호가 한다는 얘기 듣고 망설임 없이 선택하기도 했죠. 또 고은성이 광호 더블로 온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캐스팅이 좋았고 만족스러웠어요. 광호랑 준모는 원체 제가 아끼고 좋아하면서도 존경하는 후배들이라 함께 작업하는 게 마냥 기대됐죠."

오랜 기간 무대에 서면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양준모와 홍광호. 아무래도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햄릿'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점들은 있었다. 홍광호와 모자관계가 돼 버린 게 그랬다. 양준모 역시 많은 작품을 함께 하지는 않았어도 마음이 통하는 누나 동생 사이다.

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이전과 확연히 다른 것은 홍광호씨랑은 연인으로만 하다가 아들과 엄마의 비운의 관계가 된 거죠.(웃음) 준모씨는 작품을 같이 많이 안했는데도 워낙 아끼고 애정하는 동생이에요. 저를 누나로서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존중해주고 뭔가 얘기도 잘 통해요. 든든하고 귀엽죠. 귀엽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겠지만 의지가 되는 동생이에요. 오랜만에 부부로 연기를 다시 하게 됐죠."

원작 '햄릿' 속 거트루드는 자신의 안위만을 고려하는 다소 이기적인 캐릭터로 해석되기 쉽다. 남편이 죽자마자, 차기 왕좌에 오를 동생과 결혼을 하고 아들 햄릿을 절망하게 한다. 권력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행동은 뚜렷이 보이지만 그의 감정 상태나, 어떤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공연에서도 거트루드의 속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대사가 많이 없어요. 상황 전개와 리액션 같은 대사만 짤막짤막하게 나오죠. 이 여자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컸어요. 햄릿의 거트루드에 관해서도 사실 얘기가 분분하죠. 다른 건 다 벗어나서 대본만 보고 어떻게 아들과 관계를 설명할지, 상황 속 선택을 납득하게 할지 생각했어요. 비난을 받거나 연민을 살 지언정 어쨌든 제 얘기를 정확히 갖고 가고 싶었죠. 거트루드가 비정한 엄마로 비치든, 아니든 남은 해석은 관객의 몫이에요. 저는 햄릿과 관계에 많이 집중을 했죠."

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비정한 어머니였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해도, 햄릿을 가장 위한 인물 역시 거트루드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거트루드는 햄릿을 걱정해 오필리어를 움직이고, 햄릿을 위해 극단 배우들을 보낸다. 햄릿이 클로디어스 앞에서 그가 선왕을 독살했다는 내용의 연극을 선보일 수 있었던 건 결국 거트루드 덕이었다. 그리고 햄릿이 마시려던 술잔이 독배임을 직감하고, 본인이 그대로 마셔 버린다.

"사실 남편이 죽고 그 동생이랑 바로 결혼한다는 건 좀 비정상적이죠. 물론 그런 여자도 세상에 있긴 있을 거예요. 그치만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봤죠. 왕좌는 비어있고, 거트루드는 선왕을 클로디어스가 독살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햄릿이 걱정됐겠죠. 클로디어스가 왕이 되려할 때, 거트루드는 나와 햄릿의 인생을 결정할 계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마지막에 독약을 마실 때도, 원작에선 거트루드가 모르고 마시지만 여기선 약간 달라요. 아들을 위한 엄마의 선택이죠. 그리고 모든 일을 벌인 주체로서 다 책임지고 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 살아오면서, 김선영에게 전환점을 가져다 준 작품이 었었을까. 김선영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와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언급했지만 그 이유는 작품의 무게나 의미에 있지 않았다. 배우로서보다 인간 김선영이 겪어댔던 그 때의 사건들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했다.

"99년도 데뷔하고 4-5년차 될 때 나한테 맞는 일인가 처음 고민했어요. 배우가 나에게 어울리나?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마리아 마리아'를 만나 타이틀롤을 연기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데뷔하자마자 상을 받고, 갖고 있는 재능만 갖고 야생마 날뛰듯이 했다가 무대를 조금 아는가 싶을 때 돌아보면 빈 듯한 느낌이 들어요. 10년차 지나고선 과연 즐길 수 있는 천직일까 고민했죠. 아이 갖고 출산하고 2년 정도 쉰 후엔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순간 순간 감사하면서 내가 충만해지는 기분으로, 즐기면서 하고 싶어졌죠. 무대에 있는 것이 썩 잘 어울리는구나 느꼈고요. 그 시점을 겪는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 그랬어요. 그 타이밍에 딱 그 작품들을 만난 거죠."

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얼마 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2년의 공백기를 갖고, 지난해 복귀한 김선영. 자연히 무대 위를 떠나 무뎌졌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마련이다. 실제로 무대로 돌아와 느낀 감상이 궁금했다. 그는 더 어려워진 점도, 오히려 더 좋아진 점도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감을 빨리 찾아야겠다, 감이 안돌아오면 어떡하지? 걱정이나 두려움이 있었죠. 다행히 무대에 딱 올라서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다시 제 안에 뭔가 돌아오고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관객들이 잘 왔다 반겨주시는 걸 느꼈을 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싶었고요. 세월은 흐르고 아이도 낳았으니 에너지나 노래나 이런 부분이 힘겹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어릴 때만 보여줄 수 있는 기량과 달라지기는 했겠죠. 그치만 에너지와 스태미너가 오히려 더 생긴 것 같아요. 신기하게 극한 상황을 겪어봐서 그런지. 예전보다 힘들지 않은 느낌이죠. 지치는 게 덜한 것 같고 아이러니하고 재밌고, 감사해요."

뮤지컬 업계의 명성에 비해, 김선영은 TV나 대중매체에서는 익숙지 않은 배우다.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지는 것과 별개로, 김선영은 조금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 자체에 욕심을 냈다. 뮤지컬을 하면서 '퀸'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친근한 누나, 옆집 아줌마, 수다쟁이 같은 일상적인 역할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얘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장르든 도전하고 싶어요. 뮤지컬 안에서는 역할이 거의 이분법적 캐릭터에 국한되죠.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누군가의 얘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는 누나, 수다스러운 아줌마, 사랑스럽게 미치는 역할도 좋아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면 연극이든 영화든 안 가려요. 여왕이란 수식어는 언젠가 없어지겠죠. 좋은 기운과 자신감을 주는 감사한 말이었어요. 저로 인해 장면과 작품이 풍부해지고 멋있어지는, 거기에 일조하는 배우, 작품을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금 빈 부분을 채우고, 원동력을 줄 수 있길 바라지만 이것도 욕심은 욕심이에요.(웃음) 상대방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참 좋겠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