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카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양진영 기자]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가 혁명 속 피어난 사랑으로 얼어버린 마음을 적신다. 고난과 역경을 뚫고, 죽음마저 불사한 사랑의 힘이 객석을 뒤흔든다.
지난 2012년 초연된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가 '더 라스트 키스'라는 제목으로 LG아트센터에서 삼연째 공연 중이다. 카이, 전동석, 정택운(레오), 수호가 주인공인 황태자 루돌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가창력으로는 흠 잡을 데 없는 네 주역과 톱 여배우 김소향, 신예 민경아가 호흡을 맞춘다.
'더 라스트 키스'에서 루돌프와 마리가 표현하는 사랑은 그들의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모두를 공감하게 한다. 더 나아진 세상을 향한 같은 꿈을 꾸고, 위기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사랑. 차곡차곡 쌓이고 깊어가는 사랑의 감동이 객석에 넘실거린다.
◆ 아름다운 넘버와 섬세한 전개로 만든 '불멸의 사랑'
'더 라스트 키스'에 나오는 인물들은 별다른 특별함을 가졌다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없이 이들이 극 속에서 특별해지는 이유는 단 하나, 관객들을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소수 세력이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황태자 루돌프, 그리고 그에게 빛이 되는 여인 마리 베체라. 둘은 같은 꿈을 꾸며 운명적으로 끌렸고 그 과정에는 꽤 긴 시간과 분량이 할애됐다. 그 덕에 둘의 사랑은 객석 모두의 마음에 가 닿는 데 성공했다.
배우 민경아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카이는 단연 톱 클래스라는 찬사가 어울릴 법한 안정적인 연기력, 감탄할 만한 가창력으로 극을 탄탄하게 이끈다.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황태자로서 고뇌하고 절망하는 장면들을 지나며 다소 힘이 풀리지만, 이내 마리와 만나 듀엣 넘버를 소화하며 제대로 여심을 뒤흔든다. 모든 것을 걸고 혁명을 완수하려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 루돌프를 사랑하지 않을 이는 없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신예 민경아의 활약이다.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의상이나 베드신 등이 등장함에도 단단히 중심을 잡는다. 보컬적으로 뛰어난 기량과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기는 그의 마리 베체라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관객은 모두 멋지고 귀여운 루돌프, 사랑스럽고 소중한 마리 베체라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비극을 피해 해피엔딩을 맞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충격적 장면·평면적 스토리 메우는 '배우의 힘'
배우 민영기와 신영숙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뮤지컬 장르 치고 꽤 충격적인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 또 비극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이기에 어떻게 해도 뻔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막을 수 없다는 점 정도다. 초중반에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데 힘을 쏟은 덕에 후반부 몰아치는 비극적 상황이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록의 배우들이 지닌 힘은 이 뮤지컬을 빈틈없이 꽉 채운다. 라리쉬 부인 역의 신영숙, 타페 수상 역의 민영기의 열연이 '더 라스트 키스'를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둘의 듀엣 무대는 어김없이 객석을 쥐고 흔든다.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더 라스트 키스'의 출연진과 제작진은 "루돌프와 마리, 두 사람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심어주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2018년 3월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