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홀대논란 '폭행'으로 정점…정상회담서 '폭행' 언급될까
중국 외교부 "한국 주최 행사에서 벌어진 일" 선 긋기
[베이징=뉴스핌 정경환 기자] 한·중 정상회담이 예상치 못한 '폭력사태'로 빛이 바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중국 국빈 방문 시작부터 제기된 중국 측의 '푸대접' 논란에 중국 경호인력의 한국 취재기자 '폭행사건'이 더해지면서 한중관계를 개선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들이 집단으로 폭행한 사건과 관련, "한국이 주최한 자체 행사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 국가중심회의(CNCC)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던 한국 기자 2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13일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중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방금 관련 소식을 들었다"며 "만일 누군가 부상을 당했다면 당연히 '관심'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국빈으로 초청한 외국 정상 일행이 일정 소화 과정에서 초청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형식적으로나마 사과 한 마디 없이 '관심' 표명에 그쳤다. 더구나 '한국 측 주최 행사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 소재까지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 베이징(北京) 서두우(首都) 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상황이 이에 이르자, 국빈에 대한 중국 측의 '무례'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베이징(北京) 서두우(首都)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국의 차관보급인 외교부 부장조리로 하여금 영접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취임 후 처음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차관급인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영접했던 것에 비해 격을 낮췄다. 특히, 장 상무부부장은 부부장 중에서도 선임이었다.
뿐만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한·중 공동언론발표도 아닌 각국에서 개별 언론발표로 하게 됐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는 날, 국빈을 외면하고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으로 향했고, 중국 내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만남도 당초 추진했던 오찬 형식이 아닌 늦은 오후 한 시간 가량의 면담으로 결정됐다. 이보다 앞서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11일 방영한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3불(不)' 관련 입장을 밝히라면서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북핵위기와 경제협력 등 정치·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한 한국으로선 아쉬운 마음에 끙끙 앓게 됐다. 문 대통령의 심경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 있을 (한중) 정상회담이 가장 중요한 일정"이라며 "확대 정상회담과 양해각서(MOU) 체결식, 소규모 정상회담에 이어 국빈 만찬과 시 주석 내외 참석하는 문화행사가 열리는데 이번 폭력 사태가 한·중 간 관계 회복에 부담을 주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결과에 앞서 문 대통령이 이번 폭행 건과 관련해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공식 항의 수준의 언급을 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상황만 보고 드렸고, 문 대통령도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우려를 표했다"면서도 "그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문제는 이 것대로 강력히 대처하고, 책임을 따지고,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이를 요구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면서 "오늘 당장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대통령 입장이나 양국 간 앞으로 가야 할 선린우호관계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루캉 대변인은 "한·중 양국의 실무 부서는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 준비를 위해 모두 노력했다"며 "양국은 이번 방중이 원만한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는 목표에서 일치한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